[[[ 주제발표 : 21세기 대비한 환경정책 ]]]

김정욱 < 서울대 교수 >

21세기를 맞으면서 우리나라는 경제개발의 목표와 전략 또는 이를 뒷받침할
에너지의 수급계획에 대해서는 정부주도하에 많은 연구가 있어 왔다.

그러나 그에 따르는 환경문제를 평가한다거나 또는 21세기를 대비한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환경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다.

지금과 같은 환경정책으로21세기의 경제개발정책을 추진한다면 우리나라는
환경문제로 인해 선진국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주저앉게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우리나라가 세우고 있는 경제개발계획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에너지공급이 뒷받침돼야 한다.

우리의 에너지수요는 2000년에는 지난90년의 2배, 2010년에는 3배 2030년
에는 4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의 사용은 대기오염을 비롯한 환경오염으로 바로 연결된다.

그래서 현재 우리나라가 계획하고 있는 환경정책을 그대로 밀고 나간다면
21세기에 이르러 우리나라의 환경은 걷잡을수 없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문제로 인해 경제개발목표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설혹 경제
개발목표를 달성한다고 하더라도 이와같은 환경으로는 선진국이 결코 될수
없을 것이다.

21세기에는 중국으로부터 받는 오염도 엄청날 것이다.

중국은 최근들어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고 있어 21세기초엔 세계제일의
경제대국이 될것으로 예상된다.

그때 중국의 아황산가스 배출량은 우리나라의 2백배는 될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대기오염은 모든 계절을 통털어서 우리나라로 불어온다.

중국에서 발생한 아황산가스가 산성비 또는 먼지에 흡수돼 우리나라에
떨어지는 양은 전체발생량의 2%정도로 추산된다.

따라서 중국에서 발생해 우리나라에 떨어지는 황산화물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양의 4배에 이르게 된다.

이는 우리나라의 대기오염과 생태계에 엄청난 위협이 아닐수 없다.

황해는 죽은 바다가 될것이다.

황해는 수심이 얕고 용적이 작은데다가 비교적 정체된 반폐쇄 해역이기
때문에 오염을 받아들일수 있는 용량이 적다.

그런데 황해연안 일대는 지금 우리나라와 중국이 앞다투어 활발하게
개발하고 있다.

앞으로 중국의 경제가 발달하면서 우리보다 약 30배 많은 인구가 약 30배
많은 오염물질을 황해로 배출한다면 황해는 바로 하수나 다름없는 구정물이
된다.

이러한 환경문제는 우리나라와 동북아시아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21세기에는 환경문제가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돼 세계인류의 장래를 위협
하게 될것이다.

에너지와 자원의 고갈문제, 지구온난화, 사막화, 생물의 멸종등이 생존
문제와 직결돼 우리에게 닥치리라 예상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잘못된 환경정책을 펴왔고 또 그러한
정책을 계속 추진해 나가고 있다.

그 몇가지 잘못을 정래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나라는 석유 한방울나지 않고 석탄도 매장량이 거의 바닥이
드러난 형편이면서도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왔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도 경제규모에 비해 에너지소모가 가장 많은 나라에
속한다.

둘째, 우리나라는 자원의 낭비를 방치또는 조장해왔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1인당 쓰레기발생량은 일본 프랑스 독일보다도 2배가 많고
북유럽의 나라들보다는 3배 많다.

쓰레기양이 많다는 것은 자원의 소모가 많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자원의 소모가 많은 이유는 1회용 상품이 범람하고 재활용이
잘 안되기 때문이다.

셋째, 우리나라의 정책이 환경오염을 조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환경오염이심한 산업들이 많은데다 환겨오염에 대한 규제가
느슨하고 환경오염행위에 대해 너그럽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정책이 생태계파괴를 방조내지는 조장해 왔다는
점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산림및 해양생태계 파괴다.

지금과 같은 경제개발방식으로는 언젠가는 에너지와 자원이 고갈되고
환경이 황폐화될수 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 새로운 방법으로 살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21세기에 이르러 인류의 앞날을 위협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분명히 드러나
있기 때문에 그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원칙도 분명하다.

그원칙은 다음과 같이 세가지로 요약할수 있다.

첫째, 석유,석탄,원자력과 같은 에너지가 부족하다면 이에대한 해결책은
무엇인가.

있는 에너지는 아껴쓰고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개발해야 한다.

둘째, 에너지이외의 다른 자원도 부족하다면 그 해결책은 무엇인가.

있는 자원은 아껴쓰고 쓴 자원은 재활용해야 한다.

셋째, 지금과 같은 환경파괴와 오염행위를 이 지구가 지탱할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환경파괴나 오염행위를 절대로 정당화해서는 안된다.

에너지와 자원을 아끼고 환경오염을 줄이는 것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동전의 앞뒷면관계와 같다.

환경오염 자체가 주로 에너지와 자원을 소모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고 또
환경오염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에너지와 자원을 가장 낭비없이
사용하는데에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환경정책은 형식적이고 경제개발을 뒷받침하기
위한 부수적인 수단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국제적인 압력을 피하거나 국민들의 불평을 잠재우기 위한 수준 정도이다.

이같은 환경정책으로 21세기를 맞이하게 되면 우리나라의 환경은 희망이
없다.

우리나라가 21세기에 달성하고자 하는 가장 큰 목표를 경제지표에다
두고 열심히 산업화를 추진하지만 그 산업화의 결과는 결국 쓰레기가 될것
들이다.

쓰레기를 생산하기 위해 영원히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이땅을 희생
한다는 것은 어리석을 뿐아니라 죄악이다.

그러므로 앞날을 대비해 세워야 할 장기적인 정책의 가장 기본적인 목표는
경제지표가 아니라 환경에다 둬야 한다.

우리 선조들도 땅을 망치는 것을 가장 큰 죄악으로 알았고 치산치수를
정책의 기본으로 삼았다.

앞으로는 첨단과학기술이 발달하고 공장을 많이 가진 나라가 아니라
환경정책을 올바로 추진한 나라가 선진국이 될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