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무역대표부가 3일 발표한 슈퍼301조 우선협상대상발표는 슈퍼301조의
"적용원칙"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은 이번에 우선협상대상국을 지정하지 않아 실제 외국에 직접 영향
을 줄만한 사실들은 없었다.

그러나 한국의 자동차시장을 "주목대상"으로 지정,우리에게는 적용원칙에
대한 의문과 함께 충격을 주고있다.

자동차시장이 주목대상에 지정됐다고해서 한국이 당장 협상을 개시해야
한다거나 무역보복조치를 받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

하지만 자동차시장에 대한 개방압력이 앞으로도 계속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되고있는 것이다.

슈퍼301조의 적용원칙에 대해 의문을 갖게되는 것은 지난 3월 클린턴
행정부가 슈퍼301조를 행정명령에 의해 부활할때 직접적인 대상국이
일본이라는 점을 명백히 밝혔기 때문이다.

당시 클린턴행정부는 2월에 있었던 미일포괄경제협상이 실패로 끝나자
보호무역이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슈퍼301조를 부활,대일무역협상의
강력한 압력수단으로 삼았다.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시장이 일본이라면서 일본의 막대한 무역흑자를
줄이는 것이 세계경제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던게 불과
서너달전의 일이다.

그러나 막상 슈퍼301조의 뚜껑을 열고난뒤 일본은 그동안 거론조차
되지 않았던 목재및 종이시장이 "감시대상"으로 지정됐을뿐 논란이
많던 자동차및 자동차부품은 종적을 감추고 말았다.

일본의 목재및 종이시장이 감시대상으로 지정된 것도 그나마 발표문의
"모양갖추기"를 위한 제스추어라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한국자동차시장이 주목대상에 지정되는 마당에 일본이 완전히 빠질수는
없었을 것이다.

결국 미국은 슈퍼301조라는 칼날을 지난 3월 빼들었으나 일본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혀 일본이외의 나라로 칼을 휘둘렀다고 볼수 있다.

그과정에서 우리나라가 허를 찔린 셈이다.

사실 이번에 미국이 주목대상으로 지정한 8개분야를 봐도 한국으로서는
억울한 점이 없지 않다.

유럽연합(EU)통신시장의 공공지침이라든가 캐나다의 낙농.가금류시장
수입규제는 지난 몇년간 계속해서 미국과 마찰을 일으켜온 분야이다.

미국이 무역보복조치를 취하겠다고 위협했다가 막판에 이를 거둬들이는
등 미국으로서는 골치를 앓아온 분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한국과 똑같이 주목대상에 지정된 것이다.

지난 몇년동안 불공정무역행위로 지정하고도 해결을 보지 못한 분야를
불과 1년전부터 논의의 대상이 된 한국자동차와 같이 취급하는 USTR의
기준에 의문을 가지지 않을수 없다.

인도와 중국이 한국과 같이 주목대상에 지정됐지만 이들국가 역시 한국
보다는 훨씬 무역장벽이 두터운 국가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자동차시장의 이번 지정은 그동안 미국에 너무 만만
하게 보이지 않았느냐는 반문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의 통상외교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일고있다.

감시대상으로 지정된 일본의 목재.종이시장과 주목대상으로 지정된 다른
나라의 무역장벽과 비교할때 한국자동차시장에 대한 미국의 입장과 기준이
불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슈퍼301조가 거론될때마다 한국정부 고위관리들은 일본을 겨냥한
것이라고 지적, 한국은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너무 방심하다가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 최완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