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디벨로퍼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정부공사나 아파트의 단순분양에 매달리기보다 남들이 개발엄두를 잘
못내는 땅을 사들여 참신한 기획과 아이디어로 부가가치높은 개발사업을
해내는 부동산투자개발사업이 각광을 받고있다.

이미 상권이 한물 간것으로 낙인찍힌 건물들을 사들여 대대적으로 뜯어
고치거나 새로 지은후 상인조합들을 상대로 판촉활동을 벌여 상권을
재창출하는 업체도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직접 땅을 사들이지도않고 땅소유자와 시공업체를
연결시켜주고 스스로는 개발기획과 설계아이디어제공 분양판촉 등
마케팅차원의 전문용역업무만 담당하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코리아하우징 청림도시개발 등 전문개발용역업체들과 함께 최근
건설업계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거평건설 나산종합건설 신원종합개발
등도자체 투자사업을 특화분야로 키워나가고 있는 대표적인 업체들이다.

청구 우성 건영등 시공과 일반분양사업에만 주력해온 업체들도 최근들어
디벨로퍼로의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서울의 고층빌딩건축규제해제, 준주거지역에 대한
주상복합아파트건축허용,실버타운및 관광사업촉진정책,민자유치시대의
개막등 각종 관련정책들이 부동산투자개발사업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고
있는데 힘입은 것이다.

코리아하우징(대표 심완식)은 대형건설업체들이취약할수밖에 없는
도시형투자개발사업에 대해 전문적으로 컨설팅하는 업체이다 이 회사는
현대건설이 오는10월 분양예정으로 보라매공원에서 추진중인 26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의 개발기획을 맡고있다.

또 자체사업으로 강남역인근에 태양광아파트(주상복합)를 분양한데
이어 이 인근에서 1만3천평규모의 주상복합건물의 분양을 기획중이다.

코리아하우징은 일본야노연구소등 외국의 이 분야 전문연구기관들로부터
정기적으로 선진정보를 입수하고 외국학위소지자등 전문인력들을 뽑아
일반 건설회사들보다 한수 높은 개발전략과 아이디어로 부동산개발시장
을 파고 들고 있다.

청림도시개발(대표 김덕배)도 디벨로퍼로 주목받고있는 업체.이 회사는
최근 강남 논현동에 렉스호텔이 소유한 땅에 고려산업개발과 손잡고
주상복합건물(현대인텔렉스타워빌딩)을 짓는 개발기획을 성사시켰다.

이른바 지주공동사업으로 렉스가 소유한 땅에 시공은 고려산업개발이,
개발기획에서부터 판촉은 청림이 맡는식으로 역할분담이 이뤄졌다.

이 회사는 전문디벨로퍼로 기반을 다지기위해 설계 시공 감리등 건설
개발관련업체는 물론 세무 법무 회계전문회사들까지 참여하는 사단법인
형식의 건축개발연구센터를 설립,부동산개발에 관한 일괄서비스(원스톱
컨설팅서비스)를 할 계획이다.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있는 거평그룹의 거평건설(대표 박준수)도 정부
공사나 단순분양보다 투자개발사업을 특화할 태세다.

거평은 덕수중학교부지에 동대문과남대문의 의류업자들을 대거 끌어들여
의류도매센터를 만드는데 성공,디벨로퍼로서의 솜씨를 과시했다.

거평건설측은 "남들이 상권가치가 거의 없다고판단되는 라이프유통을
사들인 것도 여의도 잠실등지의 라이프유통상가들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쳐
상권을 창출할 자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원종합개발도 서초동에 초대형전자전문유통단지를 건축하면서 스스로
상권을 구축하기위해용산전자상가 상인조합들을 상대로 입접계약을 추진
하는 한편, 부대시설 오피스등은 오는 10월말 일반분양키로 했다.

나산종합건설도 서초동 나산스위트등 주상복합사업을 잇따라 성공시킨데
이어 수서지구의 전철환승역(분당.수서선)역세권에 6천7백평의 땅을 확보
하고 이곳에 백화점 오피스텔 문화예술홀 등 초대형 복합유통업무단지의
건설에 곧 착수한다.

나산측은 "영동백화점을 사들인것도 천호동과 광명시의 백화점사업과
연계시킬 경우 투자개발의 부가가치를 극대화 시킬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성그룹도 계열의 우성종합건설을 통해 보라매공원에 27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을 짓기로하는등 부동산투자개발사업을 적극 추진키로 했고
청구의 경우 21세기 변신전략으로 ''디벨로퍼 청구''를 선언하고 유통 업무
주상복합건물의 개발과 지주공동사업 해외투자사업등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부동산의 무차별적인 투기시대가 지나가고 부동산을기획상품으로
개발해서 파는 시대가 열리면서 디벨로퍼는 갈수록 각광받을 전망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