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주행처럼 무서운것은 또 없다. 충돌시의 파괴력은 V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자전거로 주행할때의 시속 15km에 비하면 시속
150km로 달릴때의 자동차의 충격은 10배가 아니라 100배로 는다.

그런데도 시속 150km의 고속으로 차를 몰면서 자못 자랑하는 무리들이
많으니 한심할 노릇이다. 속도의 무서움을 모르는 무지의 소산이다.

일전에 미국 LA에 들렸더니 자동차 고속질주로 숨진 교포학생 이야기가
자자하였다.

모유명대학을 톱으로 졸업하고 일류대학 대학원에 들어간 이 학생에게 그
부모들은 너무도 기뻐서 최고급 볼보차를 사주었다나 그런데 공교롭게도
거의 같은 이유로 꼭같은 볼보차를 부모로부터 선사받은 미국학생이 또
한사람 있었다.

운명의 여신의 장난으로 이들 두 대학원생은 하이웨이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었고 둘이 모두가 최고급 볼보차 그것도 최신형차를 탔으니
서로 으시대면서 서로 추월하느니 추월당하느니 하다 그만 살짝
부딪쳤는데도 안타깝게도 한국학생쪽은 길밖으로 밀려 곤두박질끝에
즉사했다는 것이다.

물론 살아남은 미국학생도 철창신세로 지금은 감옥에 있다나 그리하여
그 장래가 양양하던 이 두 톱클라스의 동서 두나라 학생의 한사람은 죽고
한사람은 찰창신세로 그 장래를 마쳤던 것이다.

애처롭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시속 200km로 달려도 세워놓은 동전이
까닥하지도 않고 그대로 세워놓은 채라고 자랑하는 볼보차이건만 충격의
경우는 어쩔 도리가 없게 된다.

고속질주가 얼마나 무서운가 하는 것은 여러가지 예로 증명이 되어있다.

몇년전엔가 달리고 있던 고속버스의 앞유리창이 난데없이 갑자기 쾅하면서
깨진 일이 있었다. 고속도로위를 낮게 날던 꿩이 시속 110km(초속 약30m)로
달리던 버스 앞유리창에 부딛쳤던 것이다.

그 충격의 파괴에너지(운동에너지 V)는 약2250J(꿩의 무게를 5kg이라
할때)이나 된다. 쉬운 예를 든다면 5kg(8.3근)의 돌을 45m높이(약13층
높이)에서 아래로 떨어뜨렸을 때의 충격과 같다.

숫자가 들어가서 독자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고속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실감나게 하기위해 구체적 사례를 들자.

자동차를 타고 시속 43km 60km 72km 108km의 속도로 콘크리트벽에
부딛칠때의 충격은 자동차를 탄채 7 높이(3층) 14 높이(4층) 20 높이(7층)
45 높이(13층)에서 콘크리트포장길에 떨어졌을때의 충격과 꼭같다는
것이다.

그러니 시속 108km (중부고속도로에서의 최고허용속도인 시속 110km수준)
로 달릴때는 항상 13층높이의 건물에서 뛰어내렸을 때와 꼭같은 위험부담이
따른다는 것을 명심해야만 한다.

물론 고속도로에서는 모든차가 같은 방향으로 진행함으로 앞쪽으로 달리고
있는 다른차에 추월하드라도 그리큰 충격은 없겠지만 문제는 고장으로
멈춰있는 차(특히 대형차)에 부딛친 경우이다.

이때는 급브레이크를 밟겠지만 급브레이크란 것은 아무리 빨리 밟아도
0.3초정도 후에야 작동하고 또 설사 작동하더라도 멈출때까지는 적어도
0.5초에서 수초의 시간이 걸려 역0.8초(최소시간)사이에 자동차는 24m
(시속 108km의 경우)나 전진하게되고 또 그 속도는 그리 빨리 줄어들지는
않게된다.

이것이 바로 고속도로에서의 철칙인 "앞차와의 일정거리유지"였던 것이다.

그러니 남을 추월해서 이겼다하는 우월감은 아예 버리고 안전제일로
규정된 속도이상으로는 달리지 말도록 독자들에게 간곡히 부탁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