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일반 소비자들이 한국과 한국상품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은 세대별
로 비교적 뚜렷하게 각인돼 있다.

60대는 한국전쟁의 악몽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제아무리 경제기적을 이뤘다해도 원조물자 장사의 환영을 지우기가
수월찮다.

40대는 싸구려 물건은 곧 메인드 인 코리아라는 등식에 사로잡혀 있다.

제값을 내려면 괜스레 손해본듯 싶어 꾸물거린다.

X세대의 별명을 가진 20대의 까다로운 소비자들에게 한국과 그 상품은
죽도 밥도 아니다.

비싼 일제도 아니고 값싼 중국제도 아니니까.

한국이 지향하는 세계화-국제화의 갈림길에 버티고 선 이런 걸림돌의
제거는 어찌보면 최대의 과제인데 그럴때마다 연상되는 나라가 있다.

한국의 발빠른 기업가들이 요즘 부지런히 찾아가는 이탈리아와 프랑스.

그들의 패션이 세계를 이끌기 때문인데 미국인들도 그들의 상품은 몇수
높게 본다.

그런 이탈리아의 패션업체중 Moda Italia가 8월부터 장장 14개월동안
미국시장에서 대대적인 판촉-이미지 메이킹과 확산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몇백년의 역사와 끊임없는 기술혁신 그리고 독창성을 자랑하며 또 인정받는
이탈리아가 어째서 무엇때문에 그럴까.

아직은 이탈리아패션의 왕자적 위치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그들나름의 고민마저 없는 것은 물론 아니다.

우선 최근 몇년간 이탈리아를 괴롭힌 유럽경제의 전반적인 불황을 들 수
있다.

섬유,의류,신발,가방,피혁,직물,인쇄등 전통산업은 이제 더이상 이탈리아
내에서 발을 붙이지 못하고 좀더 나은 환경, 좀더 유리한 생산기지를 찾아
나서야하게끔 되었다.

중국의 생산공장에서도 과연 이탈리아패션의 유지, 발전이 가능할 것인가를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지만 어쩔도리가 없다.

게다가 일본,한국,대만,브라질등 후발국의 추격을 따돌리기가 버겁게 되어
간다.

교통,통신의 발달과 함께 아침나절 밀라노의 패션은 점심이면 동경거리에
선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 견디기 힘들어진 것은 이탈리아의 장인-대가들의 탈고향
현상.

좀더 크고 넓은 시장을 찾아 손쉬운 파리로 이주하는 것은 다반사고 아예
바다건너 뉴욕으로 떠나버리기까지 한다.

그런 배경을 깔고 Moda Made in Italy행사가 뉴욕을 중심으로 미전역에서
펼쳐진다.

예산규모 7백만달러, 전액 국고지원이며 주관기관은 무역진흥공사다.

사업목적은 이탈리아패션에 대한 미국소비자와 상인들의 인식제고와 계몽,
홍보및 이탈리아 상품의 우수성과 제조과정의 독창성및 문화전통미 소개다.

집행위원회는 이탈리아와 미국의 소매유통, 제조업, 자문회사, 유관협회와
패션매체의 전문가로 구성, 자문을 받으며 운영된다.

구체적 실행계획을 보자.

<>이탈리아 상품의 특성과 소개를 위한 전문가들의 세미나와 회의를
연관업계별, 소비자별로 순회개최 <>이탈리아 상품의 효과적 마켓팅 방법
소개 <>이탈리아 패션상품의 특별제작 비디오의 전국적 상영 <>상품별,
소매상별로 이탈리아 상품의 주기적 순환적 동시 특별판촉행사 주최
<>저명 박물관에서의 이탈리아 특별 문물전동시개최 <>도.소매 판매원의
판촉의욕 고취를 위한 보상 실시 <>이탈리아 주산지및 생산시설과 연관산업
에의 초청 시찰및 결연 <>이탈리아 거래선및 제품 소개 발간물의 제작과
미국내 배포 <>장기 공동발전 방안수립, 운영을 위한 연구기관을 하버드
대학과 패션전문학교인 뉴욕 FIT에 설립.

이정도면 아마도 이탈리아 관민의 결의와 각오가 어떠한 것이고 얼마나
철저한 것인가를 대강은 느낄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가장 절실하게 그리고 시급하게 해야할 일을 이탈리아가 먼저 하는
것 같아 못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