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잇단 금리인상이 미경제를 해치기 시작했다는 조짐이 나타나
관심을 끌고 있다.

미상무부는 지난 7월중 제조업계의 내구재수주액이 전달보다 4.2%나 감소
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올들어 처음으로 줄어든 것인데다 그 감소폭이 전문가들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큰 폭이다.

당초 전문가들은 0.3%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었다.

설사 늘지는 않는다 해도 최소한 줄어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었다.

그러던 내구재수주액이 1천4백48억7천만달러로 전달보다 63억8천만달러
감소, 지난 91년 12월의 5.4% 감소이후 2년반만의 최대감소율을 보인
것이다.

이처럼 내구재수주액이 급감하자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은 이를 성장둔화의
조짐으로 해석하고 있다.

올들어 줄곧 상승곡선을 그리던 미경제성장세가 여러차례의 금리인상이라는
"몰매"를 맞고 마침내 휘청거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금융당국의 금리인상조치로 연방기금금리는 현재 4.75%로 연초보다
1.75%포인트 올랐고 재할인율은 4%로 1%포인트가 올랐다.

그에 따라 은행들의 프라임레이트(우대금리)도 6.75%에서 7.75%로 인상돼
기업들의 금융비용이 크게 늘어나게 됐다.

금리인상으로 금융조달코스트가 늘어난 일반소비자와 기업은 아무래도
소비와 생산설비확대를 꺼리게 된다.

그결과 자동차 항공기 컴퓨터 철강같은 내구재소비가 감소, 결국 제조업계
의 내구재수수주가 줄도록 만들었다.

전문가들이 수많은 경기지표중 하나인 내구재수주액의 감소라는 단 하나의
사실을 놓고 "성장둔화의 조짐"이니 "성장세가 꺾였다"라는 평가를 서슴없이
하고 있는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다.

내구재수주의 증감여부는 제조업계의 생산활동을 재는 바로미터이기 때문
이다.

또한 미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계의 생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국민소비
지출 다음으로 크다.

이같은 의미를 지닌 제조업계의 내구재수주가 급감함으로써 성장세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미행정부는 내구재수주격감의 의미를 애써 평가절하하려고 애쓰고는 있지만
속으로는 상당히 당혹해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무부관리는 "제조업계의 내구재수주감소라는 단 한가지
사실만을 놓고 전체경제가 나빠지고 있다고 평가하기에는 시기상조이다"라고
주장한다.

그는 그러나 내구재수주가 이처럼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적지않은
충격"이라고 말해 행정부가 적잖이 당황해 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연준리(FRB)는 경제성장둔화라는 평가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자제하고
않다.

하지만 FRB사정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FRB관리들도 예상밖의 내구재수주
감소를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전하고 있다.

FRB는 올들어 경기가 과열되는 것을 막고 인플레를 예방하기 위해 5차례에
걸쳐 금리를 올렸다.

경제의 안정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금리를 올릴수 밖에 없다는 것이 FRB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내구재수주격감에서 나타났듯이 미경제가 성장둔화조짐을 보임에
따라 FRB는 앞으로 금리인상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더이상 강조하기가 힘들게
됐다고 소식통들은 지적하고 있다.

내구재수주격감을 경제성장둔화로 판단하는 것에 대해 이견도 있다.

7월 한달동안의 내구재수주감소만을 보고 전체 경제가 성장둔화기에
들어섰다고 평가하기에는 너무 성급하다는 것이다.

금융업체인 노던트러스트의 로버트 데드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8월통계치가
나온 연후에야 성장둔화여부를 확실하게 판단할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광공업생산이나 국민소비지출등 다른 경기지표들은 호조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내구재수주감소라는 한가지 사실만을 갖고 전체경제가 둔화되고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많다는 것이다.

이처럼 내구재감소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지만 경제전문가들은 한가지
점에서는 의견을 같이한다.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것을 우려, FRB가 앞으로 당분간 금리를 더이상
올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에서는 견해를 함께 하고 있다.

<이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