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한달 내내 전국을 목타게 했던 가뭄이 이젠 옛 이야기가 되었다.

더위가 한풀 꺾였고 이젠 태풍피해를 경계해야할 처지가 되었다.

자연의 힘이 역시 컸지만 온 국민의 관심과 정성 협조도 한몫을 했다.

가뭄과 함께 왔던 전력비상도 한 고비 넘겼다.

꺼져가던 한낮 피크타임 전력예비율이 견딜만한 수준으로 회복되어 하루
하루 그 수치를 챙겨야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러나 지난달 우리 국민을 유별나게 무덥고 불안하게 했던 세가지 큰
고통가운데 가뭄과 전력난을 제외한 나머지 한가지는 풀리지 않은채 그대로
남아 있다.

울산 현대중공업의 노사분규가 그것이다.

3개월간 도합 70차례의 협상과 노조의 1개월 가까운 부분.전면 파업에
견디다 못한 회사가 법이 허용하는 최후수단인 직장폐쇄결정을 내린게
지난달 20일 오후였다.

이 조치로 종업원 2만6,000명, 연간생산액 3조3,000억원에 연간수출액
25억달러의 세계굴지의 거대조선소가 지금 그로부터 보름이 넘도록 가동을
중단한채 멈춰 서 있다.

직장폐쇄결정이 내려진 뒤에도 우리는 정부의 긴급조정권발동이나 공권력
투입과 같은 강경대응은 일단 자제하고 노사간 교섭을 통한 자율수습을
기다려보자고 했다.

당시만해도 그럴 가망이 전무해 보이지는 않았으며 무엇보다 그 편이 역시
소망스럽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럴 가망과 기대는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고 판단된다.

직장폐쇄 이후 노조가 취한 입장과 행동이 그같은 판단을 굳혀 준다.

노조는 직장폐쇄조치의 무조건 철회를 비롯하여 해고자의 전원 원직복직,
무노무임원칙의 파기, 고소 고발 취하등 사용자측이 수용하기 힘든 요구를
새로 제기하고 또 사내에 들어와 농성을 벌이면서 건조중인 LNG선과 골리앗
크레인등 회사시설을 무단 점거하고 매일 아침 집회를 갖는등 불법적인
쟁의행위를 계속하고 있다.

집행부 요원의 대다수가 과거의 해고 복직자들이라는 노조의 이같은 행태는
처음 우려했던 대로 이번 분규의 순수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제2노총 건설등을 겨냥한 정치투쟁 의혹을 사실로 굳혀주고 있다.

그런데 정작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정부의 방관자세이다.

직장폐쇄이후 줄곧 불법적인 쟁의행위가 노조에 의헤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고, 정치투쟁의 성격이 명백하고, 노사자율타결가망이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보이는 데도 노동부는 꿈쩍 않고 있다.

계속 노사 자율타결을 바란다는 말 외에는 입도 뻥긋 않고 있다.

무책임이 아니면 무능하다고 밖에는 볼수 없는 상황이다.

언제까지 기다릴 셈인지, 노조의 불법행위가 어떻게 해서 그냥 방치될수
있는건지, 계속 불어나는 분규피해와 손실을 어찌할건지 이제는 분명한
입장을 정리해서 행동에 나서야할 때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8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