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유럽연합(EU)주요국가간의 거리가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16일간의 일정으로 오스트리아 독일 루마니아등 3개국
방문길에 나선 이붕중국총리가 독일로부터 35억달러이상의 경협약속을
받아낸데 이어 북경을 방문한 프랑스경제사절단과는 10억달러규모의
투자계약을 체결하는등 경제협력을 끈으로한 양측관계가 무르익고 있다.

이붕총리는 4일 헬무트 콜 독일총리로부터 "양국간 장기적이며 의지할
만한 동반관계를 수립키 위해 노력하며 경제문제를 인권과 연계하지
않는등 협력체제를 다져나갈 것"이라는 다짐을 받았다.

이총리는 또 중국의 사회간접자본건설을 위해 9개 독일기업을 포함하는
공동협력위원회를 설치하고 중국의 관세무역일반협정(GATT)재가입을 적극
지원한다는 독일의 의지도 새로이 확인했다. 콜 총리는 이날 중국의 철도
도로통신테트워크구축및 직업훈련을 위해 1억9천1백만마르크(1억2천만달러)
의 자금지원을 약속했다.

두나라 기업인들은 이에 앞서 10억달러상당의 7개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철강 에너지 화학 수송분야등 모두 25억달러규모의 33개투자계획에 대한
의향서도 교환했다.

BMW는 특히 오는 2010년경에는 50억달러이상의 경제적가치를 지니게될
것으로 추산되는 4개분야에 대한 투자계획을 앞으로 1년안에 확정
짓겠다고 밝혔다. 이중에는 대련과 상해간 2천km의 철도건설을 비롯
포동과 상해의 신국제공항건설사업등이 포함돼있다.

지멘스는 총10억달러규모의 화력발전소 합작건립사업계약을 체결했으며
제철소및 전화교환시설등 유망분야에 대한 합작사업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개방.개혁추진에 대한 유무형의 지원을 독일이 보증한 셈이다.
지난해 29억3천만달러의 교역량을 기록, 독일과 이탈리아 영국에 이어
EU국가로는 중국의 4번째 무역상대국인 프랑스와의 관계 역시 급진전되고
있다.

중국은 이총리가 독일에서 경협성과를 거둬들인 4일 북경을 방문한
제라르롱게 프랑스 무역장관과 일련의 무역협정을 체결했다.

두나라 기업인들은 또 에너지와 통신분야등 모두 20여건에 달하는 10억
달러규모의 투자계약및 의향서를 교환했다. 특히 GEC알스톰사는 청도에
지하철을 건설키로하는 내용의의향서에 서명했다.

지난 92년 프랑스가 미라주전투기를 대만에 판매키로하면서 중국이 프랑스
영사관을 폐쇄하는등 급속히 냉각됐으나 프랑스가 올초 이를 철회,정상화의
길을 모색해왔던 두나라 관계가 완전 정상화의 길로 접어든 것이다.

강택민주석은 이에관해 "중국과 프랑스 두나라 관계가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다며 양측간 지속적인 경제협력에 중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중국과 EU주요국가간 경제협력이 이처럼 급속히 진전되고 있는 것은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EU쪽으로서는 개방.개혁정책에 따라 경제대국으로 급부상, 무한한 시장
확대가능성을 엿보이고 있는 중국에 대한 자국기업진출속도를 빨리해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정치외교및 경제 양면에서 어느 것을 우선해야할 것인지를 놓고 어정쩡해
하고 있는 미국과는 달리 인권문제를 경제관계에 연계시키지 않는등
경제적 이익을 우선한다는 확고한 자세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중국측은 숙원사업인 GATT재가입을 위한 지원세력과의 관계를 한층 다져
놓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또 지난 1.4분기 외국인투자건수가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43.6%(1만7백39건)나 감소하는등 최근들어 급격히 줄어
들고 있는 외국인투자를 활성화, 개혁.개방속도에 탄력을 부여함으로써
등소평사후에도 현지배구조를 유지한다는 현실적인 이익이 대EU국가와의
경협확대를 채찍질하고 있는 요인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