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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국의칼] (436) 제2부 대정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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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결을 한 것은 비단 십구명의 백호대 소년병들만이 아니었다. 그날
    시내에서는 사무라이들의 가족인 수많은 아녀자들이 적군의 침공을 맞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처참한 광경을 연출했던 것이다.

    캉-캉-캉- 쓰루가성의 종루에서 종소리가 울려퍼진 것은 그날 아침나절
    이었다.

    그 종소리가 울리면 번사(번사)들의 가족은 모두 집에서 나와 성안으로
    들어가기로 되어 있었다. 적군의 침공이 임박했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였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경계경보인 셈이었다.

    시기지는 발칵 뒤집히다시피 되고 말았다. 번사의 가족들은 집에서 뛰쳐
    나와 정신없이 쓰루가성으로 몰려갔고,성에 들어갈 수 없는 사람들은
    피란 보따리를 들고 시내를 바쪄나가느라 야단법석이었다.

    그건 소란이 벌어졌는데도 필두가로인 사이고다노모의 저택은 조용하기만
    했다. 캉- 캉- 캉- 어서 성안으로 들어오라는 종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있는데도 쓰루가성에서 불과 얼마 안되는 거리에 있는 그 저택의 아녀자
    들은 도무지 그 종소리가 귀에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다노모의 어머니인 리쓰코는 불단이 있는 방에서 염주를 헤아리며 중얼
    중얼 염불을 외고 있었고, 아내인 지에코는 내실에서 혼자 붓글씨를 쓰고
    있었다.

    다노모는 장남인 요시주로와 함께 아침 일찍 쓰루가 성으로 등청을 하여
    집에 없었다.

    "뭘 하고 계세요. 어서 성안으로 들어가야지요"

    황급히 내실까지 찾아들어온 것은 이웃 다카즈가의 부인이었다. 평소에
    가까이 지내온 터니라,같이 입성을 하려고 들른 것이었다.

    지에코는 붓을 멈추었다. 그러나 아무말이 없었다.

    새하얗게 핏기가 가셔서 냉기가 감도는 듯한 그 표정을 본 다카즈부인은
    대뜸 짐작이 가는 듯, "어머,그럼 댁은 모두." 하고 말끝을 흐렸다.

    지에코는 고개를 조금 끄덕여 보이며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어쩐지
    섬뜩한 것이 느껴지는 그러나 차가운 웃음이었다.

    캉- 캉- 캉- 종소리는 여전히 울려오고 있었다.

    뭐라고 더 말이 나오지가 않을 뿐아니라,얼른 돌아서 가지도 못하겠는 듯
    카즈부인이 그자리에 가만히 못박혀 서있자, 그제야 지에코가 입을 열었다.

    "우리는 입성을 안하기로 했으니까 염려 말고, 댁이나 어서 성 안으로
    들어가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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