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은 기술개발로 극복한다"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침체에다 엔고로 인한
해외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약화로 "일본주식회사"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캐논만은 지칠줄 모르는 체력을 과시,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캐논이 갖고 있는 힘의 근원은 지속적인 기술개발. 대부분의 일본회사가
이미 개발된 기존기술을 응용,상업화에 치중하고 있는데 비해 캐논은
기초기술개발에 주력,21세기 세계기술시장을 주도할 업체로 꼽히고 있는
것.

캐논의 기술개발역사는 창립당시인 193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계제일의 독일제 카메라 라이카보다 월등한 제품을 생산한다는 각오로
몇몇 젊은 시계공과 공작기계기사가 회사를 설립,무에서 유를 창조하기
위한 노력에 불을 댕겼다.

캐논은 이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술과 그것이 담긴 첨단제품을 쏟아
냈다. 세계최초로 컴퓨터화된 일안리플렉스카메라(SLR)AE-1모델을 내놓았다.
독자개발한 기술로 복사기를 개발,미 제록스사가 독점하고 있던 시장을
급속히 잠식했다. 또 IBM의 잉크젯프린터를 고물로 만들어버린 버블젯
프린터도 선보였다. 한단계 앞선 액정디스플레이(LCD)기술은 올해안에
상업화해 시장석권을 노리고 있다.

이는 모두 기술제일주의의 기업문화와 과감한 투자,그리고 새로운
분야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으로 뒷받침되고 있다.

"캐논의 기업문화는 비일본적이다. 구성원 개개인의 창의성을 중시한다"
최후의 승리를 약속하는 자산은 무엇보다 사람과 기술에 있기 때문이라고
하지메 미타라이사장은 강조한다.

연구개발을 위한 투자는 전체매출의 10%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모두
1천1백억엔 가량이 투입됐다. 도쿄 유럽 호주 미국등지에 있는 연구소에는
내로라하는 과학자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새로운 기술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중의 하나가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혼다나 히타치등 일본의 여타 대기업체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존경하는 회사는 과연 어떤 회사인지 물어보라. 캐논을 첫번째로 꼽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캐논이 기초기술개발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캐논의 소프트웨어출판회사인 ASC 의 가즈히코
니시사장은 이렇게 표현한다.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는 곧 매출확대로 이어졌다. 지난 87년 80억달러
였던 매출이 92년에 1백60억달러에 육박,5년만에 덩치를 두배로 불렸다.
지난해에는 1백87억5천만달러를 기록,92년보다 20% 가까이 늘렸다. 내년
에는 2백억달러선을 돌파할 것이란 예상이다.

시련이 없지만은 않았다. 80년대후반의 이자율하락과 국내수요폭발세가
영구화될 것으로 예상,국내생산라인을 대폭 늘렸으나 급작스런 경기침체와
엔고로 인한 경쟁력약화로 고전해야했다. 미 애플컴퓨터와의 차세대컴퓨터
NEXT개발을 위해 수백만달러를 날려야했다.

지난해 중반 달러당 1백엔에 가까운 엔고로 인해 5백억엔에 달하는 세전
수익을 하루아침에 날려야했다. 그러나 신기술 신분야에 대한 투자와 관심은
남들이 돈키호테라고 비웃어도 멈추지 않았다.

캐논은 이제 전환점에 와있다. 멀티미디어시대의 새로운 경쟁자들과의
한판싸움을 눈앞에 두고 있다.

캐논은 3가지 방향으로 난국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우선 기술력에서 앞선
LCD와 같은 새로운 상품의 시장확대에 중점을 두고있다. 20개 해외생산기지
를 정비,이들의 매출기여도를 오는 98년까지 40%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또 일본국내시장에서의 제품별 시장점유율제고를 위해 마케팅조직에 대한
통제를 보다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세계시장확대에 필요하다면 경쟁상대와의
전략적 제휴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김재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