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정부1년에 대한 평가가 요란스럽다. 출범당시의 큰 기대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관심표명인 셈이다.

경제분야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과 부정이 엇갈리고 있다.

경기회복과 국제수지개선등에 상당히 높은 점수를 주고 있지만
국민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물가는 낙제점에 가깝다.

김영삼대통령이 지난25일의 취임1주년기자회견에서 물가상승에 대해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언급할 정도이고 보면 결코 "혹평"이랄수 만은
없는 것같다.

그러나 문민정부에 대한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경제성적표는
"정부규제완화"에서 찾아보는 것이 옳다.

규제완화는 자본주의경제의 발전원동력인 시장경쟁체제를 정착시키는
지름길이다.

때문에 문민정부가 내세운 소위 "신경제"는 국민의 참여와 창의를 극대화
시켜 구조와 체질을 강화시킨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그 구체적 추진전략의
핵심으로 규제완화를 제시했다. 구호에 그친 개선책 이에대한 평가는 어떻게
내려지고있는가. 가장 적절한 것은 평가자체를 보류하는 것이다. 1년이라는
짧은 기간동안의 추진실적으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운 과제인 탓이다.

그래도 부족한대로 결론을 말하라면 기대에는 미흡했다는 상대적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요란한 소리에 비해 국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것은 거의
없다는 지적들이다.

정부는 지난 1년동안 경제행정규제쪽에서 모두 1,071건의 과제를 선정,
이중 794건에 대해 법개정등의 조치를 취했다. 비경제부문을 다룬 행정쇄신
위원회에서도 1,277개과제중 535건에 대한 조치를 완료했다고 청와대측은
밝혔다. 상당히 많은 건수의 규제완화가 이뤄진 셈이다. 그런데도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것은 제도개선에 그치고 실행이 뒤따르지 못한 때문
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경제행정규제점검단이 이미 조치된 136건
의 규제완화과제를 골라 현장점검을 실시한 결과 전체의 40%를 넘는 60여건
이 실효를 거두지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그만큼 형식에 그쳤다는 얘기
다.

그런가하면 풀어줘야 할 것과 풀지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지 못해 중구난방
이 됐다는 반응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1년이라는 짧은 기간동안의 실적을
토대로 성패를 논하는 것은 무리다. 규제완화에 대한 논의는 어제 오늘의
얘기도 아니고 간단한 과제도 아니다. 역대의 모든 정부가 민간주도경제를
기치로 내걸었지만 아직도 고쳐지지않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알수있다.

그렇다고 규제완화가 자유방임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자유경쟁이라
하더라도 일정한 규칙을 지키면서 질서있게 이뤄져야 한다. 정부역할 정립
시급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부역할을 어느정도까지로 할 것인가에
대한 원칙이 먼저 정해져야 한다. 현대자본주의국가의 선두주자들인 미국
일본 영국 독일등도 각국의 사정에 따라 정부역할은 천차만별이다. 한국
실정에 맞는 자본주의체제의 모델을 설정하고 여기에 부합되는 규제완화
의 구체적과제 선정과 엄격한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

김대통령이 내세운 "작지만 강력한 정부"의 실체를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는 얘기다. 많이 풀어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경제체제에 대한 철학과
비전이 담겨있는 규제완화의 실천이 중요하다.

다음으로 지켜져야 할 일은 규제완화의 실효성확보이다. 수많은 건수의
규제완화가 단기간에 이뤄졌음에도 미진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제도개선
만 이뤄졌지 일선 집행기관에서는 실천되지 않고 있는 탓이다. 보다 근본
적인 실효성확보는 제도개선과 함께 경제여건변화에 걸맞는 정부기능재조정
과 조직개편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실천과정에서의 일관성 지속성유지이다. 기존질서에
변화가 생기면 새로운 질서가 정착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따르게 마련
이다. 다소 심각하게 나타날수도 있는 부작용등 여러가지 진통을 달갑게
감내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역대정부의 규제완화가 흐지부지된 것도
이러한 용기가 부족했고 일과성 정치행사에 그쳤던데 연유한다. 어찌보면
정권출범시의 자유경제체제확립에 대한 의지를 더이상 후퇴시키지 않는 것이
더 어려운 과제일지도 모른다.

문민정부의 경제개혁실체는 규제완화가 그 전부라고 생각된다. 남은
4년도 길지않은 시간이다. 자유시장경제체제의 완성보다는 그 초석을
다지는 성과만이라도 거두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