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의 NHK는 구소련이 30여년전 북극해에서 실시한 수폭핵실험의
전경을 담은 필름을 입수공개했다. 쿠바사태를 놓고 미국과 신경전을
벌리던 소련의 후루시쵸프 당시 수상은 핵실험을 금지키로 한 국제협약을
무시하고 1961년초 지상실험을 감행키로 했다.

실험에 사용된 이 초기의 "원폭 수폭은 자그만치 5,000만톤의 핵에너지를
가진 초대형폭탄으로 2차대전말 일본의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폭보다 3,000
배의 파괴력을 지닌 것이었다.

북극의 한 섬에서 실시된 실험광경을 목격한 핵물리학자 사하로프박사를
비롯한 소련의 과학자들은 "지구위에 또 하나의 태양을 제조해 낸 것과
비유된다"고 평가했다.

덩치가 너무 큰 이 폭탄은 소련이 당시에 보유하고 있던 군수송기에도
실을수 없어 군용기의 바깥에 매달아 실험지 상공까지 가는 어슬픈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이 초보단계의 수폭이 지상에 떨어지자 한반도크기의 섬은
순식간에 초토로 화했고 하늘을 뒤 덮은 핵의 버섯은 "인간의 원죄"를
되색이게 한 공포 바로 그것이었다.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탄보다 3,000배의 핵에너지를 가진 것이라면 과연
어느 정도일까 하는 의문이 머리를 스쳐갔다. 지구의 대기를 더럽힌 방사능
먼지는 생각하지 않더라도 이수폭이 지펴놓은 버섯의 섬광만도 한반도를
커버하고 남을 정도이며 인명피해는 도시형 인구집중지역인 경우 6억정도.

우리의 남북한 총인구를 근 10번씩이나 전멸시킬 수 있다는 위력이 있다.
그런데 수폭보다도 더 잔인하다는 화학무기가 자그만치 10t이상이나 우리의
동해를 비롯한 러시아 인근바다에 버려져온 사실이 뒤늦게 들어났다.

구소련의 화학무기 처리를 조사하기 위해 구성된 러시아의 한 민간단체가
이 잔인한 사실을 밝혀내고 "지난80년대에 바다에 버린 대량의 화학무기
때문에 향후 10년간 인근 바닷물 오염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의 동해는 우리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군사대국 구소련의 핵과 화학
무기의 "난지도"신세가 되어버린 꼴이다. 내육의 수돗물은 썩어가고 바다의
물은 독성으로 찌들어 버렸다. 민초들의 살아갈길이 막연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