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런던에서 국제포경위원회(IWC)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험한
바닷길에 나선 것이다.
고래부부는 3남2녀의 자녀들도 세상물정을 가르칠 겸해서 같이 데리고
나섰다. 영불간의 도버해협을 거슬러 올라가 테임즈강의 하구에 여장을
풀었다.
훌륭한 청력을 동원,고래부부는 국제회의의 진행과정을 열심히 들었다.
IWC는 고래사냥의 포획량을 연간 300마리로 제한키로 했다.
한시름을 놓은 아버지고래가 전가족을 모아놓고 "인간들이 연간 포획량을
300마리로 제한했다해서 안심하면 안될일이야. 특히 일본과 한국의 배는
조심해야 해요"라고 근엄하게 주의를 주었다.
어머니고래도 "그렇고 말구,방심은 절대 금물이야. 나의 등위에 남아있는
상처도 작년 여름 한국의 영일만 앞바다에서 한 포경선의 기습을 당했을때
생긴 것이니까"라면서 남편의 편을 들었다.
혈기왕성한 큰아들고래가 어머니고래의 등뒤에 남아있는 깊은 상처를
어루만지면서 "금년여름에는 바다에서 헤엄치는 인간들을 닥치는대로
잡아먹어야 겠어요. 인간은 우리 조상들의 원수니까요"하며 흥분했다.
어머니 고개가 아들의 비분강개하는 모습을 보고 꼬리지느러미를 크게
좌우로 치면서
"그건 큰일날 일이야. 지금 인간들의 몸속에는 수은이다 카드리움이다하고
중금속이 몸전체에 차 있는 가다가 요즘에는 악취가 풍기는 더러운 물까지
마시면서 살아온다는 이야기야. 불치의 공해병에 걸리고 싶지 않거든
절대로 인간들의 근처에는 가지말아야 해"
하면서 눈을 부릅떴다.
이들 고래가족이 제주도 앞바다에 되돌아왔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낙동강물을 "생명줄"로 여기며 살아온 1,000만 영남지역 주민들이 벌써
열흘째 악취가 풍기는 수돗물에 고통을 겪고 있다.
지난 년초에 수돗물이 오염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관련부처의
공무원들이 책임회피와 눈치보기에 급급한 나머지 별 대책없이 이지경에
이르렀다는 현지소식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전국민의 상수원인 사대강(한강,낙동강,섬진강,
금강)이 죽어있음은 새삼스런 뉴스거리도 되지 못하고 있다는 실정이다.
고래가족에게 비웃음을 받아온지도 이미 오래전의 이야기인 셈이다.
정부가 새해의 정책지침으로 공표한 "선진국형공동체 사회창조"를 위한
"생활개혁 10대 과제"에도 "안심하고 마실 수 있고 수도물 공급"항목이
들어있다.
그러나 깨끗한 수도물을 공급하는 일은"선진국형"도 아니고 "개혁"차원의
문제도 아니다. 정부가 존재하는 한 마실물 공급사항은 기본중의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