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지 고작 10년남짓 밖에 안된 충북 청주시소재 지하1층 지상4층
우암상가아파트가 지난 7일새벽1시쯤 원인모를 불과 함께 폭삭 무너져내려
며칠째 온 나라가 시끄럽다. 엄청난 재산과 인명피해가 난건 말할것 없고
현재 사고원인규명과 수습노력이 한창 진행중이다.

지하와 1층의 60여점포 입주상인들은 그만두고라도 자정을 막 지나 곤한
잠에 빠졌던 2~4층의 59가구 3백98명 아파트주민에겐 그야말로 아닌밤중의
날벼락이었던 이 사고를 보면서 우리는 문득 저 옛날 서울의
와우시민아파트 붕괴사건을 떠올리게 된다.

시공중인 혹은 완성된 건축구조물 도괴사고는 결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와우아파트가 유일하게 기억될만한 지난날의 대형사고는 더욱 아니다.
최근에만도 신행주대교가 어느날 갑자기 저절로 주저앉은것을 비롯해서
신도시 고층아파트 부실시공문제가 시끄러웠고 지하철 공사장에서는
걸핏하면 내려앉는 사고가 나곤한다. 그러나 가장 실감나게 연상되는것은
역시 와우아파트 붕괴사고다.

이 사고가 난지도 벌써 22년하고 9개월이 지났다. 1970년4월8일 그날
서울에서는 마포구 창전동산 2번지소재 와우시민아파트 제15동이
무너져내려 주민32명이 희생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지은지 몇년 되지도
않은,당시로서는 꽤 높은 건축물에 속했던 5층짜리 아파트가 백주에 제풀에
꺼져내렸다. 우암처럼 심야가 아니었던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고나
할까.

얼마나 오랜 세월이 그로부터 흘렀고,또 얼마나 많은 변화가 그사이
국내외로 있었던가. "와우아파트"이후 세대가 이미 성인이 되어 지난해
총선과 대선때 유권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했을 정도니까 사실상 한
세대(generation)가 지난 셈이다.

박정권이 3공에서 유신으로,전정권이 노정권,그리고 이젠 다시
김영삼정권으로 바뀌는 문턱에 와 있다. 오랜 격동과 변화의 와중에서
경제와 사회,그리고 세계는 또 얼마나 많이 달라졌는가. 일일이
설명하자면 끝이 없다.

그러나 우암사건은 정권이 몇차례나 바뀌고 경제의 덩치가 엄청나게
커지고 바깥 세상이 몰라보게 변했어도 우리 사회에서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그 무엇인가를 우리는 지금 새삼 절감하게 된다.

매사를 얼렁뚱땅 처리하는 적당주의,대민 인허가행정에 얽힌 관청의
만성화 관행화된 부정과 비리,일단 일이 터지면 아무도 책임을 지지않거나
또는 무작정 남에게 떠넘기고보는 버릇이 바로 20~30년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것들이다. 이런 관행과 사고 때문에 부실 건축.건설 공사가
상식화되고 사고.사건이 필연적으로 꼬리를 물고 일어나게 운명지어져 있는
것이다.

사고가 나자 관련 공무원과 업자는 모두 잠적해 버렸다. 건물과 가스안전
소방진단책임을 진 관서나 기관들은 그간의 관리소홀 책임은 덮어둔채
사고책임을 떠넘기기에 바쁘다. 3차례나 설계변경을 했고,1개층과 옥탑을
마음대로 더 올렸고,규격미달 철근과 불량자재를 쓰는등 불법 날림건축의
표본임이 드러났다.

와우아파트의 경우도 매한가지였다. 애시당초 5층아파트건물을 지을수
없는 60~70도경사의 산비탈에다 당시의 "불도저행정"에 떠밀려 무리하게
지은데다가 철근및 콘크리트 배합과정과 자재관리에 하자와 부정이
부지기수로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바있다.

이런 사건.사고가 날적마다 판에 박은듯이 되풀이되는 얘기가 있다.
철저한 원인규명과 신속원만한 수습,그리고 재발방지 약속이다. 그러나
그런 사고를 단지 건설.건축에 얽힌 문제로만 이해하고 다뤄서는
백년하청이다. 아무리 요란법석을 떨어봤자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사고는 되풀이된다.

건축.건설에 얽힌 부실과 부정,적당주의와 무책임은 바로 우리
사회생활전반 그리고 특히 경제활동과 상품생산에 배어 있는 한국의 고질병
만성병이다. 분초를 다투고 아껴 쓰면서 뛰고,미크론의 정밀도를 가지고도
이길지 말지할 지구촌 경제전쟁시대에 지금 우리가 과연 그에 걸맞는
정성과 공을 들여 상품을 만들고 있다고 말할수 있을까. 만드는건
고사하고 만들생각,만들 엄두조차 못내고 있는게 우리의 부끄럽지만
숨김없는 현실이다.

와우에서 우암에 이르는 긴 세월동안 하나도 달라진게 없는 건축.건설에
얽힌 부실과 비리현실-. 그것은 곧 우리경제와 사회가 앓고 있는
"한국병"의 거울이다.

한국병은 크지 않고 작은것,멀지 않고 가까운데 있다. 치유도
작은것,가까운데서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