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북미단일시장의 출현을 눈앞에 두고있는 종합상사들은 걱정이 여간
크지않다. 가뜩이나 국내제조업의 경쟁력약화로 수출기반이 약화돼
고전해온터에 유럽 북미등 주력시장이 잇따라 불록화의 길을 걸으면서
시장진출여지가 좁아지게 됐기때문이다.

그렇지않아도 종합상사들의 대북미수출은 급격한 위축세를 보여왔다.
현대 삼성 대우 럭키금성 쌍용 선경 효성등 7대종합상사는 지난
89년에만해도 북미시장에 85억8백여만달러어치를 수출,총실적가운데 36%를

이지역에서 소화했었다. 그러던것이 90년에는 74억7천여만달러로 줄면서
북미수출비중도 30.5%로 뚝 떨어지더니 올상반기엔 38억7천6백만달러를
수출하는데 그쳐 전체실적에서 이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24.8%로
내려앉았다.

이를 좋게 해석하면 종합상사들이 그동안 중국 CIS(독립국가연합) 중동
동남아등 "새시장"개척에 주력해 시장을 다변화한 결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데 상사들의
고민이 있다.

소비자들의 상품선택기준이 까다로운 북미시장에서는 "어정쩡한 가격에
그저그런 품질"의 우리상품이 발붙일 틈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그결과
대북미수출이 급격히 위축될수 밖에 없었고 "살아남기 위해" 위험부담을
안고서라도 신시장개척에 매달릴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결과는 엄청난 채산성악화로 돌아왔다. 북방국가들의
결제능력부족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외상수출등 "편법"에 의존해오던 것이
그대로 부실화돼버린 탓이다. 중국 중동 중남미등 이른바 "3중시장"의
특수도 언제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결국 종합상사들은 안정된 시장인 미국등 선진국지역에 다시 눈길을
돌리지 않을수 없게됐다. 현대 삼성 대우등 대형상사들이 "선진국시장으로
돌아가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지사확충등을 서둘러온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였다.

그러던 차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전격합의소식이 전해져온 것이다.
어느정도 예상은 해왔어도 생각보다 너무나 빨리 "북미단일시장출현"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NAFTA체체출범은 국내상사들에 미국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상대가 하나 더
추가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멕시코가 그것이다. NAFTA의 일원인
멕시코는 미국시장에 무관세로 상품을 내다팔수있게돼 가격경쟁력이 그만큼
강화된다.

지금도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등 후발개도국들에
가격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는 형편인데 이제 "강적"이 또하나 늘어 더욱
어려운 상황이 빚어지게된 셈이다.

종합상사들의 NAFTA출범에 대한 대책은 이같은 상황인식에서부터
시작될수밖에 없다.

상사들이 이에따라 당장 서두르고있는 일은 현지지사의 재정비다. 우선은
지사의 현지화에 초점을 맞추고있다. 영업내용도 국내상품의
발굴수출일변도에서 제3국에서 경쟁력있는 상품을 찾아 북미시장에
공급하는 3국간거래등으로 다변화한다는 계획이다.

삼성물산이 뉴욕 로스앤젤레스 워싱턴 시카고 토론토 멕시코시티등
북미내9개지사에 현지의 3국간거래전문가들을 대거 채용한 것도 이같은
방향으로 지사망을 재정비하기위한 포석이다. (주)선경은 지난해 미국의
금융회사와 합작으로 세운 3국간거래전문 자회사를 통해 복합영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럭키금성상사는 미뉴저지에 있는 미주본사(LGIA)가 멕시코등 북미내지사를
총괄토록 기능을 강화,현지사정에 맞춰 신축적인 영업을 추진할수 있도록
했다.

중남미지역진출을 강화해 북미시장에 우회진출한다는 것도 상사들이
구상하는 주요대응전략중의 하나이다. 미국 멕시코등이 NAFTA와는 별도로
중남미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체결을 추진하고있어 이지역이
북미진출거점으로 떠오르고 있기때문이다.

(주)대우가 파나마에 중남미지역본부를 설치,이지역에서의 정보수집및
영업력강화를 꾀하고 있고 (주)쌍용은 멕시코 아르헨티나등에서 섬유와
신발의 생산거점설치를 추진하고있다. 럭키금성상사는 브라질
아르헨티나등에서 가전제품생산및 판매거점을 마련할 계획이다.
코오롱상사는 올들어 세차례에 걸쳐 중남미시장조사단을
파견,진출확대방안을 마련하고있다.

국내의 중소협력업체들과 중남미지역에 동반진출하는 일도 시급해졌다.
대기업그룹에 속해있는 종합상사들이지만 계열제조업체들이 독자적인
수출체제를 갖추고있어 갈수록 계열사들에 의존하는 영업방식이
어려워지고있다. 이런점에서 계열제조업체들의 NAFTA대응준비와는

별도차원에서의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삼성물산의 경우는 그래도
코스타리카 과테말라등 중남미지역에서 7개의 섬유공장을 가동하고있어 좀
형편이 나은 편이다. 하지만 대부분 상사들은 독자적인 생산거점을 아직
갖고있지않아 협력업체들과의 동반진출이 더욱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있다.

NAFTA체제의 출범이 상사들에 반드시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어차피
세계경제는 블록화의 길을 걷고있고 이는 상사들이 진작부터 추진해온
"글로벌화"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고있다. 또 NAFTA출범으로
북미자체는 물론 중남미등 인근지역국가들의 경제가 활성화되는 효과도
기대돼 그만큼 진출기회가 넓어진다는 측면도 있다.

현대종합상사의 박원진상무는 "어차피 국내상사들은 국제복합무역능력을
키우는등의 체질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돼 왔었다"면서 "이런 점에서
NAFTA체결은 상사들에 변신의 촉매로 작용하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학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