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총파업에 둔촌주공 레미콘 타설 중단

시멘트·차·철강 운송 '셧다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25일 이틀째 총파업에 나서면서 산업계가 물류 운송에 차질을 빚는 등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경기 안양의 한 레미콘 업체에 차량이 멈춰 서 있다. /김범준 기자
5개월 만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나서면서 산업계에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다음달 분양하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은 레미콘 타설(콘크리트를 거푸집에 붓는 작업) 공정이 중단됐다. 육상 운송 의존도가 높은 시멘트, 레미콘, 철강업계 등도 ‘셧다운’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25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화물연대 총파업 이틀째인 이날부터 둔촌주공 공사 현장에서 레미콘 타설 작업이 전면 중단됐다. 역대 최대 규모 재건축 사업장인 둔촌주공은 지상 최고 35층, 85개 동, 1만2032가구의 공사를 진행하는 데 하루 500~600대의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레미콘 전용 운송 차량)가 필요하다. 하지만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상당수 BCT 운송자가 운행을 중단하면서 아파트 골조 작업에 필요한 수급 물량이 바닥났다. 둔촌주공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현재 대체 공정을 진행하고 있지만 파업이 길어지면 철근과 형틀 공정도 순차적으로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시멘트협회는 전날 시멘트 출하량이 1만t(예정치 20만t)에 불과하고 이날은 출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집계했다.둔촌주공뿐 아니라 수도권 대부분 공사 현장이 건자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이번에도 3일 이상 파업이 이어지면 타격이 심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멘트 동나 공사현장 '스톱'…車·철강·축산 수송도 '초비상'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올 들어 두 번이나 총파업에 들어가자 산업계 곳곳에선 생산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멘트와 철강 분야에서 출하 차질이 빚어지고 축산업계에선 사료 공급 수송에 비상이 걸렸다.

2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화물연대 전체 조합원(2만2000여 명 추정) 가운데 30%인 약 6700명이 16개 지역 164곳에서 집회를 열었다.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1만451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로, 평시 보관능력(3만6655TEU)의 28% 수준이었다.피해 업종으로는 시멘트업계가 대표적이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시멘트 공장 정문과 후문에 텐트를 친 채 출하를 막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날 예정 출하량(20만t) 기준으로 피해 규모만 하루 200억원인 셈이다. 시멘트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레미콘업계도 기존 재고로 겨우 공장을 돌리는 처지다. 오는 28일 이후엔 재고가 바닥나면서 ‘셧다운’이 불가피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사료 운반 트럭의 절반 이상이 총파업에 참여하면서 축산업계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사료 운반 트럭 2600여 대 가운데 1400대가량이 이번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사료 공장들은 통상 5일치 공급량을 재고로 보유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파업이 장기화하면 사료 공급 주기가 짧은 가금류 농가를 중심으로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대차·기아 등 완성차를 상대로 한 운송 거부에서는 화물연대 카캐리어지회가 선봉에 나섰다. 화물연대 조합원 비중이 높은 ‘대형 카캐리어’는 상당수가 운행이 중단된 상태다. 이날 현대차는 직영 직원과 글로비스 직원을 투입해 1224대의 로드 탁송(차량을 한 대씩 운전해서 고객에게 전달하는 방식)에 나섰다. 업계에선 탁송 방식으로 급한 불을 끄고 있지만 화물연대의 운송거부가 장기화하면 차량 출고가 막히면서 최악의 경우 생산라인까지 중단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화물연대가 연내 두 번 집단 운송 거부에 들어간 건 2003년에 이어 두 번째다. 어명소 국토교통부 2차관은 이날 “명분 없는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며 “대체 운송수단이 많지 않기 때문에 집단운송거부를 하는 경우 국가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화물연대의 요구 중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은 수용하되 추가 품목 확대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심은지/황정환/곽용희/이혜인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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