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IPO 대어' SK루브리컨츠 5.2兆 평가 받을까

25~26일 기관 수요예측…내달 중순 유가증권시장 상장

시장 지배력·실적 '탄탄'
고급 윤활기유 점유율 세계 1위
작년 매출 3.4兆, 영업익 5049억

성장성 둔화 우려는 부담
품질 좋아 교체주기 길어져
전기차 확산으로 수요 줄 수도

사측 "고급품 선호로 타격 적어"
▶마켓인사이트 4월24일 오후 4시10분

올 상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고급 윤활기유(기유·윤활유 재료) 업체 SK루브리컨츠가 25일부터 이틀 동안 기관투자가 대상 사전청약인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확정한다. 상장 후 목표 기업가치(희망 공모가 범위 기준)는 최대 5조1915억원이다. 1조2894억~1조5574억원인 예상 공모액은 역대 5위인 제일모직(1조5237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SK루브리컨츠는 현재 탄탄한 시장 지위를 갖고 있지만 미래 성장이 정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어 기업가치를 얼마나 인정받을지 주목된다.

◆세계 1위 업체지만 성장성 둔화 우려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루브리컨츠의 최대 장점으로는 현재까지 일궈낸 시장 지위와 실적이 꼽힌다. 이 회사는 세계 고급 기유 시장 수요의 39.3%(지난해 기준)를 차지하고 있는 1위 기업이다. 고급 기유는 환경 규제가 강한 선진국을 중심으로 수요가 탄탄하다. 윤활유 완제품 브랜드인 ‘SK 지크(ZIC)’도 세계 시장에서 20위권을 기록하고 있다.SK루브리컨츠는 지난해 매출 3조4495억원, 영업이익 5049억원을 냈다. 지난해 순이익은 3681억원이었다. 지난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3.5%, 현금 창출지표인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5857억원이나 됐다. 회사 측이 “6조원대 기업가치도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다.

그러나 좋은 실적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다.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고급 기유의 미래 성장성이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증권업계에서 나온다. 고급 기유의 공급이 충분한 데다 품질 개선으로 교체 주기가 늘어나고 있다. 윤활유를 적게 쓰는 전기차의 확산도 부담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회사가 제시한 공모가가 적정한 수준이라고 볼 수는 있다”면서도 “미래 성장성 우려가 있어 상장 후 주가 상승 여력이 있을지는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루브리컨츠 관계자는 “품질이 한 수 위인 고급 기유를 쓰려는 수요가 많아 전체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돼도 타격이 크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최대주주 SK이노베이션 1조원대 확보

SK루브리컨츠의 최대주주는 SK이노베이션(공모 후 지분율 70%)이다.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1021만2766주를 구주매출해 1조315억~1조2460억원을 현금화하게 된다. 이 자금은 투자에 쓰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증권업계 분석이다. SK이노베이션이 최근 석유화학, 배터리, 정보전자소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SK루브리컨츠도 상장을 통해 2579억~3115억원을 확보한다. 스페인과 인도네시아 윤활기유 공장 생산능력 확대에 680억원, 신규 생산설비 확보 및 인수합병(M&A) 등에 2300억원을 각각 투자할 계획이다.SK루브리컨츠는 오는 27일 공모가를 확정 공시한다. 회사가 제시한 희망 공모가 범위는 10만1000~12만2000원이다. 다음달 3~4일 일반 청약을 받아 같은 달 중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이고운/이태호/김진성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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