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소리바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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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월 JTBC '님과 함께2-최고의 사랑'(이하 '님과 함께2') 촬영 중 제작진에게 욕설을 하는 영상이 온라인에 공개되면서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는 것은 물론, 자숙의 시간을 가져온 서인영이 2년 여 공백을 깨고 컴백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린 지난 1일. 한경닷컴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서인영의 소속사 '소리바다' 사옥에서 그녀와 만나 신곡을 함께 들어보고 음악 이야기와 함께 욕설 논란, 근황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2년 만의 컴백이다. 어떤 기분인가?

사실 엄청 기뻤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됐다. 아무래도 작년에 제가 보여드린 모습때문에 죄송스러운 마음이 커서 마음이 위축되더라. 그래서 사람들을 많이 못만났다. 주로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사람들 만나면 마음이 불편하고 어려웠다. 이러다가 대인기피증 생기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됐다.

그러다가 '눈을 감아요'라는 곡을 만났다. 녹음 시작하니까 노래에 집중을 금방 했고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나왔다. 그러다보니 자신감이 생겼다. 기쁘면서도 사람들 만나는 게 걱정도 되고, 또 자신감도 생기는 이상한 기분이다.

최근에는 '불후의 명곡'과 '스케치북' 녹화를 끝냈다. 무대 준비하면서 부담도 됐지만 오랜만에 하다보니 설레는 마음도 컸다. 녹화 끝나고 기자분들 만나면서 대인기피증이 조금씩 사라졌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반성도 했고 그동안 저의 삶도 되돌아 봤다. 이제 저도 나이가 서른 다섯인데 성숙된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2년 만의 컴백인데 댄스곡이 아닌 발라드를 들고 나왔다.

노래가 하고 싶었다. 어떤 컨셉을 가지기 보다는 아무 생각없이 빠르게 준비했다. '눈을 감아요'는 가사가 좋다. 처음 들었을 때 느낌이 와서 집중을 많이 했다. 녹음 할때도 앞에는 기타소리에 제 목소리만 얹어서 담백한 느낌을 주려고 했다. 곡의 후반부로 갈수록 저의 목소리가 점층적으로 쌓인다.

사실 제가 정말 하고싶은 장르는 '소울'이다. 그런데 이번에 신곡 준비하면서 많은 분들께 물어보고 조언을 구했다. 그랬더니 대다수의 반응이 대중적인 음악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시더라. 그런 와중에 가사가 너무 좋은 곡을 만났고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쳐서 '눈을 감아요'가 탄생했다.
사진=소리바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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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컴백인데 댄스곡이 욕심나지는 않았나.

저도 댄스곡을 좋아하고 잘한다고 생각한다. 또 하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눈을 감아요'라는 곡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 곡에 대해 애착이 워낙 커서 시기를 정하고 내기보다는 느낌이 왔을 때 내고 싶었다. 의미를 조금 더 부여하자면 노래가 하고 싶었다. 그리고 제 목소리를 팬분들께 조금 더 빨리 들려드리고 싶었다. 노래를 할 수 있는 곳이 그리웠다. 가사도 감정이입이 잘되서 아마 들으시는 분들이 더 편하게 들으실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화려한 퍼포먼스보다는 자연스럽고 내추럴하게 가고 싶었다.

▲요즘에 컴백한 가수들도 많고 시기상 발라드도 약세다.

그런 걱정을 안한 건 아니다. 근데 댄스를 한다고 꼭 잘되는 건 아니더라.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저는 아무 생각을 안하는 게 목표이자 계획이다. 노래도 꾸준히 하다보면 언젠가는 저의 음악성을 알아주실 거라고 믿는다.

예를 들면 '신데렐라'도 너무 잘 됐지만 그 곡도 어떤 컨셉이나 계획을 가지고 나온 게 아니다. 느낌이 왔을 때 작업을 몰아서 했고 일주일 만에 곡이 탄생했다. 재밌는 건 제가 어떤 생각을 가지지 않고 음악을 만들면 다 잘됐다. 음원 성적이나 결과는 제 영역이 아니다. 하늘에서 정해주고 대중분들이 정해주시는 거다.

▲쉬는 기간 음악적인 변화가 있었다면?

작년 욕설 논란 이후 아무래도 마음이 조심스러워지는 게 있었다. 지금은 저 자신에 대해서 많이 내려놨다. 아마 다음에 또 섹시컨셉이나 빠른 댄스곡을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런 자극적인 것보다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저 자신을 내려놨더니 주변분들께서 노래 잘한다고 해주셨다. 그게 참 감사하고 힘이 됐다. 저한테 연기자 제의도 있었지만 그건 부담스러웠다. 물론 연기를 해보기도 했지만 지금 제가 팬분들께 보여드려야 하는 모습은 노래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욕설논란 당시 억울한 부분은 없었나

그런 생각은 전혀 안들었다. 그런 모습을 보인 건 분명히 잘못된 거다. 이후 저의 매니저나 당시 제작진들과도 다 풀고 지금도 아무 문제는 없지만 그래도 그런 물의를 일으킨 건 분명히 잘못됐다. 대중분들이 보시기에 좋지 않았던 모습이다. 이후에 자책은 많이 했지만 누구를 원망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자숙하면서 그 시간동안 난 그냥 벌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고 반성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사진=소리바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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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숙하면서 어떻게 지냈나

안믿으겠지만 심각할 정도로 집에만 있었다. 밖에 거의 나가지 않았다. 제가 이랬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하다. 몇 개월간 그렇게 집에만 있었다. 그러다가 또 가끔씩은 '집에만 있으면 안되는데…'라는 생각도 하고, 그래서 밖에 나가면 사람들 만나는 게 두려워서 집에 들어가고 싶었다.

▲복귀가 빠르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건 당연하다. 제가 풀어나가야 하는 숙제라고 생각한다. 복귀 시점에 대해서는 사실 정답이 없는 것 같다. 팬분들의 마음이 금방 풀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팬분들의 마음 돌리기 위해 제가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자숙하면서 배운 점도 많다. 작년 저의 논란이 저에게는 약이 됐다. 저의 부족하고 못난 모습을 마주하면서 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사람에 대한 소중함도 느꼈다. 저는 사람을 워낙 좋아해서 편하고 좋으면 표현 방법이 정제되지 않고 직설적으로 나가는데 그동안 저의 표현 방법때문에 많은 분들께 오해와 상처를 드렸다. 저의 잘못이다. 앞으로는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팬분들과 대중분들에게 올바르고 정중하게 저의 감정을 표현하려고 한다. 이 모든 것이 배우고 성숙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이전보다 성숙했다고 생각하는지

이번 일을 계기로 조금은 성숙해지지 않았나 싶다. 친한 언니들은 다 결혼하고 애기들도 키우는데 그 언니들이 조언을 많이 해줬다. '말을 부드럽게 해야 한다, 표현을 따뜻하게 해야 한다'고 말씀해주시더라. 맞는 말이다. 돌이켜보면 저는 철이 들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어릴 때부터 매일 스케줄 다니고, 행사 다니고 하다보니 너무 힘들었고 자연스레 이기적인 사람이 됐다. 그러다보니 남을 배려하는 법을 늦게 배웠다. 제 잘못이다.

저를 사석에서 보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털털한 성격이고 말을 여성스럽게 못한다. 말하는 모양이 쎄다. 물론 나쁜 마음으로 그러는 건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정중하고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한다.

▲결혼 생각은?

아주 잠깐 결혼 생각을 했었다. 주변에서 결혼 언제 할거냐고 물어보는데 너무 어렵다. 저는 연애를 하면 오래한다. 근데 결혼은 또 연애랑 다르고 어렵더라. 좋은 사람 생기면 언제 또 갈지는 모르겠지만 아직은 그런 사람을 못 만난 것 같다. 그런데 친한 언니들이 애기 육아하는 거 보니까 진짜 힘들어 보였다. 엄마들은 정말 대단하다. 저도 철이 조금 더 들어야 결혼할 수 있을 것 같다.

▲평소에 온라인 뉴스 댓글을 보는지

본다. 옛날부터 많이 봤다. 저는 저를 좋아해 주시고 싫어하시는 분들의 편차가 크다. 저에 대한 호불호가 크다는 것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기때문에 그런 것에 적응됐다. 그래도 안좋은 말이라도 제가 수긍해야 하는 부분이면 귀담아 듣는다. 만약 제가 잘못한 부분에 대한 욕이라면 그것 역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특히 이번 논란은 제가 분명히 잘못한 부분이기 때문에 악플에 흔들리지 않았다. 제가 감수해야 한다.
사진=소리바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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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 첫 일정이 '불후의 명곡' 녹화였는데

안그래도 너무 오랜만이어서 부담이 컸는데 제작진분들이 너무 기대를 하시니까 더 긴장됐다. 그래도 그에 맞게 부응하려고 노력했고 준비도 많이 했다. 컴백 첫 녹화를 마치고 나니까 마음이 후련하기는 했는데 아쉬움도 있었다. 하지만 저는 최선을 다했다.
다행히 현장 분위기가 좋았다. 관객분들 중에 어르신들도 계셨는데 다양한 팬층 앞에서 노래를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고 박수쳐주시는 모습을 보는 게 감동이었다.

▲이번 앨범 패션 컨셉은?

있는 그대로 내추럴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침대에서 자다가 일어난 모습, 화장한 모습이 아닌, 정말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목표다. 물론 지금도 패션에 관심이 많다. 예전에는 음반 나올 때 컨셉이 분명했다. 과장되게 이것 저것 다해봤다. 그렇게 다 해보니까 최고의 신상은 역시 '클래식'이라는 걸 깨달았다. 자연스러운 모습이 좋다. 그래서 앨범 이미지부터 신곡 편곡과 디렉팅까지 자연스러움과 깨끗함을 추구했다.

▲이번 '눈을 감아요' 활동 목표는?

이번에는 목표가 없는 게 목표다. 예전에도 음원성적이나 순위같은 것에 그렇게까지 신경쓰지 않았다. 다만 대중분들께 듣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서인영이 목소리 좋다, 서인영 노래 듣고싶다' 그런 말을 듣는 게 소망이다. 얼마 전에 했던 버스킹 역시 저의 그런 소망에서 비롯된 거다. 버스킹도 그냥 갑작스럽게 기회가 생겼다. 정말 아무런 준비없이 갑자기 했었는데 너무 새로웠다.

대중분들이랑 호흡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렇게 활동을 오랫동안 했는데도 그런 호흡을 처음 느꼈다. 너무 좋았다. 예전에는 팬들과 호흡하는 느낌이 없었다. 스케줄하고…행사 다니고…해외가서 공연하고, 촬영하고…팬분들과 교감을 나눌 시간이 없었다. 그런데 버스킹을 해보니까 팬들과 호흡하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잊을 수 없다.

▲나중에 어떤 이미지로 기억되고 싶나

소망이 있다. '서인영 노래 좋다, 서인영 노래 잘한다, 서인영 노래 듣고 싶다'는 말을 듣는 게 소망이다.

서인영과의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그녀는 계속 겸손했고 조심스러워 했다. 작년 욕설 논란때문에 많이 위축이 된 모습이었다. 그러면서도 이번 신곡에 대한 자신감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서인영의 말대로 욕설 논란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성숙해지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밝힌 그녀가 새로 들고 나온 '눈을 감아요'는 확실히 차분해지고 조금은 변화한 그녀의 성장이 담겨 있었다.

미처 다하지 못한 질문을 접은 채 서인영과의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그녀의 소망대로 대중들이 머지 않아 "서인영 노래 듣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길 기대해본다.

한편 서인영은 오는 4일 방송되는 KBS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의 김원준 편에 출연해 방송활동을 시작하며 신곡 '눈을 감아요'로 팬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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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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