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5G(5세대) 이동통신의 주파수 경매안을 공개했다.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 최저 입찰가격은 전국망 구축에 활용되는 3.5기가헤르츠(㎓) 대역 280메가헤르츠(㎒) 폭이 2조6544억원, 초대용량 데이터 전송에 사용되는 28㎓ 대역 2400㎒ 폭이 6216억원 등 총 3조2760억원이다. 이전의 세 차례 주파수 경매 최저입찰가와 비교하면 역대 최고가다.

이동통신사들은 벌써부터 ‘고가 낙찰’을 걱정하고 있다. 최저 입찰가가 업계 예상치보다 1조원 이상 비싼 데다, 외국 사례와 비교해도 부담스러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달 초 세계 최초로 5G 주파수 경매를 끝낸 영국의 3.4㎓ 대역 최저 입찰가는 1㎒당 3억원 선이었다. 반면 한국은 3.5㎓ 대역 1㎒당 94억8000만원으로 31.6배 비싸다. 게다가 통신업체 간 ‘알짜 주파수’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 최종 낙찰가가 4조~6조원으로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5G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인프라라는 점에서 국가적으로도 소중한 자산이다. ICT(정보통신기술) 융합을 통해 자율주행차와 스마트 헬스케어 등을 구현하는 기반이다. 주파수 비용이 너무 높으면 수십조원에 달하는 통신사들의 5G 투자가 지연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미래 신산업 육성 스케줄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도 높아진 ‘원가’ 탓에 요금 인상을 피하기 어렵다. 높은 최저입찰가가 ‘통신 공공성 강화’를 내세워 요금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정부 통신정책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대통령선거 때 “주파수 경매 시 통신사의 요금 인하 계획 제출을 의무화하겠다”는 내용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공약대로라면 통신사들은 높은 주파수 비용을 감당하고도 되레 요금을 내려야 할 처지다. 그렇다고 회사 명운이 걸린 5G 주파수 확보 경쟁에 소극적으로 임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래저래 ‘뒷감당’이 어려워지게 됐다.

정부가 공약과 요금인하 정책을 거둬들이지 않을 것이라면, 최저 입찰가를 낮춰 통신사 부담을 줄여주는 게 합리적인 방안일 것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신산업 육성과 주파수 공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영국이 어떤 정책을 취하고 있는지 검토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