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불빛에 많이 노출되면 없던 병도 생겨요!
“밤 시간 청색광 등 조명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암 발생률이 높아지고 당뇨 비만 등 대사질환이 생길 위험이 크다. 면역력도 떨어진다.”

제이미 제이저 미국 스탠퍼드대 수면의학과 교수는 11일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빛공해, 생활리듬 교란과 현대인의 건강’ 심포지엄에서 “빛공해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변호사협회가 함께 주최한 이날 행사는 서울반도체, 고려대 시간생물학연구소, 대한수면의학회, 한국교육심리학회 등이 후원했다. 제이저 교수를 비롯해 사답 라만 하버드대 의대 연구교수, 이은일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등 국내외 연구진이 참석했다.

한국은 전체 국토에서 빛공해 지역 비율이 89.4%로 주요 20개국(G20) 중 이탈리아(90.4%)에 이어 두 번째로 빛공해가 많은 나라다. 실내에서도 간접조명보다 직접조명을 많이 쓴다. 밤에도 강한 빛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많다.

독일 포츠담 지구과학연구센터와 영국 엑서터대가 2012~2016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복사계(야간 조명도 측정 장치)를 분석한 결과, 야간에 인공조명으로 밝혀진 야외 공간 면적은 매년 2% 넘게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환경이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이헌정 고려대 의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낮에 빛이 부족하고 밤에 빛이 많은 환경에서 살면 생체리듬이 무너지고 우울증 등이 생길 위험이 크다”며 “현대인에게 스트레스, 트라우마 등이 많은 이유”라고 했다. 라만 교수도 “야간에 빛에 노출되면 수면을 돕는 멜라토닌 호르몬이 잘 분비되지 않아 학습능력도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빛공해가 심한 지역의 야간교대 근무자는 유방암 발병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관심은 높지 않다. 이헌정 교수는 “한국은 외국에 비해 백색광, 청색광을 일상적으로 켜두고 생활하는 문화”라며 “빛공해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빛공해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낮에는 최대한 햇빛을 많이 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밖에 나가는 것이 어렵다면 태양에 가까운 빛을 구현하는 자연광원 아래서 생활해야 한다. 낮과 밤, 생활패턴 등에 따라 다른 조명을 설계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은일 교수는 “일률적 조명에서 벗어나 생활이나 일의 패턴에 따라 자신에게 적합한 조명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