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협회 '사유화' 통해 경제적 이익 챙긴 의혹…영장 청구도 검토
대가성 주목…전 전 수석, 혐의 강력 부인해 검찰과 치열한 공방 전망
전병헌, '롯데 3억 뇌물 의혹' 피의자로 오늘 검찰 소환
한국e스포츠협회를 통해 롯데홈쇼핑으로부터 3억원의 뇌물을 챙긴 혐의(제3자 뇌물수수)를 받는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이 20일 검찰에 소환된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10시 전 전 수석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여권 고위 관계자가 부패 혐의로 검찰에 불려 나와 조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 전 수석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소속 국회의원 시절인 2015년 7월 롯데홈쇼핑이 자신이 사실상 지배력을 행사하는 한국e스포츠협회에 3억3천만원의 후원금을 내게 한 혐의를 받는다.

또 당시 의원실 비서관이던 윤모(구속)씨 등과 공모해 롯데 후원금 가운데 1억1천만원을 용역업체와 허위 거래를 일으키는 방식으로 자금세탁해 빼돌려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도 있다.

e스포츠협회 부회장으로 행세하며 게임 업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진 윤씨는 방송 재승인 과정의 하자를 공개적으로 제기하지 않는 대가로 롯데홈쇼핑이 전 전 수석이 명예회장으로 있던 협회에 3억3천만원을 대회 협찬비로 내게 한 혐의(제3자 뇌물수수)로 앞서 구속됐다.

검찰은 롯데 후원금 외에도 전 전 수석이 협회 핵심 인사들과 공모해 협회 자금을 임의로 사용한 의혹도 파헤치고 있다.

협회 사무국장 조모씨도 윤씨 등에게 롯데 후원금 중 1억1천만원을 비정상적 방법으로 내주는가 하면 전 전 수석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와 인턴 등에게 1년 동안 100만원가량의 지급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조씨는 검찰에서 "윤씨가 전 전 수석이 작년 4·13 총선을 앞두고 쓸 자금이 필요하다면서 돈을 요구해 롯데 후원금 자금 세탁에 협조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검찰은 전 전 수석의 가족이 롯데홈쇼핑이 비자금으로 사들인 로비용 기프트카드를 사용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회장, 명예회장 등 직함을 갖고 e스포츠협회 운영에 깊숙이 관여해온 전 전 수석이 협회를 사유화하고 윤씨, 조씨 등을 움직여 사익을 취한 정황이 짙다고 보고 전 전 수석을 강도 높게 조사할 계획이다.

또 검찰은 롯데홈쇼핑 외에 일부 홈쇼핑 업체와 이동통신사들도 e스포츠협회에 거액을 후원한 것으로 파악하고 협회 자금 유용 과정에서 전 전 수석의 구체적인 역할이 있었는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전 전 수석은 지난 16일 사의를 표명하면서 "게임 산업에 대한 부당한 오해와 편견을 불식시키고 e스포츠를 지원·육성하는 데 사심 없는 노력을 해왔을 뿐 그 어떤 불법 행위에도 관여한 바가 없다"고 혐의를 강하게 부인해 검찰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검찰은 그간 수집한 증거 자료와 전 전 수석의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