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일선 퇴진설이 나돌고 있는 왕치산(王岐山)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최근 비밀리에 베이징을 방문한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만났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배넌은 지난주 홍콩에서 열린 투자포럼에 참석한 뒤 베이징에 들러 중국 최고 지도부의 집단 거주지역인 중난하이(中南海)에서 왕 서기와 면담했다. 이번 만남은 배넌이 홍콩 투자포럼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기조인 ‘미국 우선주의’에 대해 연설한다는 소식을 접한 왕 서기가 베이징 방문을 타진해 성사됐다고 FT는 전했다. 약 90분간 이뤄진 면담에서 왕 서기는 배넌에게 미국 우선주의에 대해 집중적인 질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배넌은 최근에도 2~3일에 한 번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할 정도로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배넌을 만난 중국 측 인사가 왕 서기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고 분석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왕 서기는 올해 69세로 다음달 18일 개막하는 19차 당대회에서 ‘7상8하(67세면 남고, 68세면 떠난다)’ 관례에도 불구하고 유임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최근 왕 서기의 퇴진이 확정됐다고 잇달아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왕 서기가 배넌을 만난 것은 그가 19차 당대회 이후에도 여전히 건재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왕 서기가 지난 19일 중국을 방문한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와 회담한 것도 그의 유임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