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씨카드·한경레이디스컵 2017] 모자는 5억+α, 클럽은 5천만원…'움직이는 광고판'
프로 골퍼들은 걸어다니는 광고판이다. 눈길이 닿을 만한 곳 대부분에 기업체 로고나 제품 브랜드가 빼곡하다. 132명이 출전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17’ 대회는 수백 개 브랜드가 출전한 ‘홍보 전장’이기도 했다.

미국이나 일본 투어는 타이틀리스트, 테일러메이드, 나이키 등 용품사들이 주로 메인 스폰서가 된다. 하지만 국내 투어는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사 등 일반 기업들이 메인 스폰서를 많이 한다. 모자, 왼쪽 가슴, 왼쪽 팔뚝은 메인 스폰서가 가장 좋아하는 ‘요지’다. 갤러리의 시선과 방송 카메라를 가장 많이 받는 곳이다.

가격 편차는 선수 등급에 따라 천양지차다. 1부 투어 연간 출전권을 갖고 있는 무명 선수가 2000만~3000만원 정도로 시작한다. 상위권에 자주 이름을 내미는 선수는 5000만원 이상, 1승 이상을 올린 ‘A급’은 곧바로 억대를 넘어선다. 2승 이상을 거둔 ‘멀티 챔프’나 3승 이상의 스타급 선수는 3억~5억원 안팎이 오간다.

여자 프로들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B급으로 여겨졌던 소매, 옷깃, 등쪽 등 틈새시장도 인기다. 주로 의류와 출신 대학 등 티 나지 않게 노출되기를 원하는 곳에서 선호한다. 지난해 KLPGA에서 7승을 올린 뒤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 진출한 박성현(24·KEB하나은행)은 벨트와 신발에도 후원이 붙었다. 브랜드를 붙이진 않지만 항공사(대한항공)까지 포함해 9개사나 된다. 스포츠매니지먼트사 K대표는 “전체 후원 금액을 합치면 20억원가량”이라며 “후원금이 연간 상금 규모를 넘어선다”고 말했다.

국내 투어로 복귀한 장하나(25·비씨카드·사진)의 경우 모자 외 오른쪽 가슴과 바지 뒤(이동수패션), 오른쪽 소매(금호타이어), 모자 우측·캐디백(혼마) 등의 후원을 받고 있다. 브랜드 노출 의무가 없는 골프공(타이틀리스트), 장갑(풋조이), 신발(풋조이) 등 이른바 ‘BSG 협찬(Ball, Shoes, Glove)’과 항공권(대한항공)을 합치면 7개 브랜드다. 기본 계약금만 8억원 안팎이다. 상금의 50%까지 주는 성적 인센티브를 합치면 10억원을 훌쩍 넘어간다.

클럽은 챔피언급이 5000만원 안팎을 받고 2000만~3000만원가량의 우승 인센티브를 따로 받는다.

요즘 가장 뜨거운 곳은 골프웨어다. 골프 의류가 연간 3조원 규모로 폭발 성장하고 있는 데다 스타 골퍼가 시장의 판도를 흔드는 경우가 많아서다. 성적과 스타일이 다 좋은 몇몇 선수들에게만 후원 요청이 집중되는 탓에 경쟁이 더 치열하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S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스타일이 좋은 A급 선수가 7000만~8000만원의 현금에 연간 100벌 안팎의 의류 현물을 받는다”며 “우승까지 한 경우나 해외 진출 가능성이 있는 선수는 1억~5억원을 호가한다”고 귀띔했다.

아일랜드CC=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