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원서동 언덕에 자리잡은 다세대주택에서는 동쪽으로 창덕궁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김형규  기자
서울 종로구 원서동 언덕에 자리잡은 다세대주택에서는 동쪽으로 창덕궁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김형규 기자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한진 베르시움’ 주상복합이 덕수궁을 조망할 수 있는 최고급 주거시설로 바뀐다. 이 건물은 80% 가까이 건설된 상태에서 시행사 파산으로 12년간 흉물로 방치돼 있었다. 이 부지를 인수한 덕수궁PFV는 덕수궁 조망이 가능한 최고급 주거시설로 탈바꿈시킬 예정이다. 지난 3월 사업시행변경을 인가받은 데 이어 건축심의를 준비 중이다. 이르면 올해 말 분양에 나선다.

건물 상층부(9~18층)에 배치하는 아파트 70가구와 4층 이상 오피스텔에서 덕수궁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덕수궁PFV 관계자는 “중국 베이징과 일본 도쿄 등에선 궁 주변에 최고급 주거시설이 들어서 있다”며 “덕수궁 조망권 가치를 극대화해 도심에서 가장 비싼 주거시설로 재탄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덕수궁PFV는 외국 대사관, 외국계 투자은행 종사자, 도심에 직장을 둔 고소득층 등을 주 수요 대상으로 보고 있다.

◆창덕궁 조망 가능한 원서동

창덕궁·경희궁·덕수궁…궁궐 조망권이 뜬다
서울에서 ‘궁궐 조망권’을 가진 주거시설이 뜨고 있다. 주거 만족도가 높아 가격이 비싸고, 매물이 거의 없다. 서울 종로구 원서동에선 남향 주택이 아니라 동향 주택이 가장 비싸다. 단지 오른쪽에 있는 창덕궁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서다.

조선시대 양반과 궁궐 관리들이 모여 살던 원서동에서 궁궐 조망이 가능한 공동주택은 여덟 곳 내외다. 창덕궁 3가~3나길에 걸쳐 있는 ‘궁전빌라트’ ‘상원빌라트’ ‘힐하우스’ 등이다. 이들 주택은 언덕 꼭대기에 자리잡고 있어 창덕궁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창덕궁 조망이 가능한 다세대주택 ‘스카이빌’ 1층(전용면적 96㎡)은 지난달 6억1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4월 2층 거래가(5억2000만원)보다 1억원 가까이 올랐다. 궁전빌라트 전용 96㎡도 2015년 하반기 6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궁궐 조망권이 없는 비슷한 주택형 가격은 5억원 안팎이다.

원서동에선 더 이상 궁궐 조망권을 갖춘 단지가 나올 수 없어 희소가치가 높다고 인근 중개업소들은 설명했다. 서울시는 2010년부터 이 일대를 ‘북촌 제1종지구단위계획’으로 묶어 한옥 건축을 권장하고 있다. 무분별한 다세대주택 건축이 북촌 한옥마을을 훼손한다는 판단에서다. 그 결과 10년 가까이 신축 다세대주택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오래 거주한 원주민이 많고 주거만족도가 높아 평소에도 매물이 별로 없다”며 “동네 전체적으로 한 달에 적게는 두 건에서 많게는 여섯 건 정도 거래된다”고 전했다.

◆덕수궁, 경희궁 인근 단지들

3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종로구 교남동 ‘경희궁 자이’는 단지 이름에 걸맞게 경희궁 조망이 가능하다. 동쪽에 있는 뒷동 라인은 중층 이상부터 경희궁 성곽을 볼 수 있다. 경희궁 안쪽까지 탁 트이진 않지만 성곽과 지붕 일부를 바라볼 수 있다. 북향임에도 불구하고 경희궁이 보이는 층수는 매물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게 일선 중개업소의 전언이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경희궁이 조망되는 곳은 로열동, 로열층인 경우가 많아 대로변 저층보다 최대 1억원 가까이 비싸다”고 전했다.

궁궐 조망이 가능한 주거시설은 손에 꼽을 정도다. 추가 공급도 거의 없을 전망이다. 문화재 보호와 치안을 위해 궁궐 주변에 고층 건축을 허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희소가치가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궁궐 조망이 가능한 업무시설도 마찬가지다. 숫자가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궁궐 주변 신규 개발이 억제되고 있어 희소가치가 높다는 분석이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사대문 안 역사·문화 자원을 복원하는 추세와 맞물려 궁궐 조망권을 확보한 주거·업무시설이 더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형규/윤아영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