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상암동에서 열린 ‘오펜 센터’ 개관식 모습.
18일 서울 상암동에서 열린 ‘오펜 센터’ 개관식 모습.
‘키가 작고 집안도 별 볼 일 없는 ‘흙수저’ 무사가 있다. 그가 공주의 호위무사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나무로 만든 신에 깔창을 깐다. 이 남자, 키 작은 남자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을까.’(차연수 작가의 ‘무사의 깔창’)

‘낮에는 회사에서 일에 치이는 평범한 박 과장이 밤에는 로맨스 소설 작가가 된다. 그의 은밀한 이중생활.’(최지훈 작가의 ‘박과장의 은밀한 사생활’)

이제껏 브라운관에서 쉽게 볼 수 없던 이야기 소재들이다. 올해 말 이런 내용의 단막극을 CJ E&M의 엔터테인먼트 채널 tvN에서 보게 될지도 모른다. CJ E&M의 드라마·영화 창작자 지원 프로그램 ‘오펜’을 통해 만들어질 콘텐츠들이다.

CJ E&M이 18일 신진 작가들을 위한 창작 산실 ‘오펜 센터’를 서울 상암동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DDMC)에 개관했다. 661㎡ 규모의 오펜 센터에는 작가들의 개인 집필실과 회의실, 시청각 시설을 갖춘 오픈형 카페, 휴게공간 등이 들어섰다.

오펜은 △신인 드라마·영화 작가 모집 △대본·시나리오 기획 개발 △영상 제작 △편성 및 제작자 연결(비즈 매칭) 등 전 과정을 포함한 창작자 육성과 데뷔를 CJ E&M이 지원하는 사업이다. 오펜 센터는 이 사업의 전진기지인 셈이다. CJ E&M과 CJ문화재단은 오펜 사업에 올해부터 2020년까지 총 13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CJ E&M과 CJ문화재단이 지난 1~3월 한 ‘오펜 1기 작가’ 공모에 총 3700여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드라마와 영화업계 관계자가 3차에 걸친 심사로 신인 드라마작가 20명, 신인 영화작가 15명을 선발했다.

선발된 신인 드라마작가 20명은 이윤정·김상호·유종선 PD 등과 멘토 관계를 맺고 대본을 다듬어 나간다. CJ E&M은 이 중 우수 대본 10편을 뽑아 단막극으로 만들고 tvN에 편성할 계획이다.

이제까지 신진 작가 발굴을 위한 공모전을 해 온 대부분의 기업은 작품의 저작권을 기업이 가졌다. 이 때문에 대기업이 창작자 권리를 제대로 보호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었다. 오펜은 다른 길을 택했다. CJ는 오펜을 통해 완성되는 작품의 저작권이 CJ가 아니라 작가 개인에게 돌아가도록 했다.

김성수 CJ E&M 대표는 “문화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원천 스토리와 콘텐츠의 힘”이라며 “재능 있는 작가들을 발굴하고 자유롭게 창작활동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제공하는 오펜이 문화산업 생태계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