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DNA론 성장 한계…안정적 영업마인드 버려라"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사진)은 27일 “은행 중심인 한국의 금융지주회사는 성장 DNA가 약하다”며 “비은행과 해외 부문을 키우는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신한지주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한의 문화를 계승하고 그룹의 성장 동력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고민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 회장은 지난 23일 신한지주 정기 주주총회에서 한동우 전 회장에게 바통을 받아 회장에 정식 취임했다. 임기는 3년이다. 만 70세까지 회장을 할 수 있는 내부 규정을 감안하면 1957년생인 조 회장은 산술적으로 두 번 더 연임이 가능하다.

그는 국내 1위 금융그룹을 넘어 2020년까지 아시아 리딩 금융그룹이 되겠다는 ‘2020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조화로운 성장전략 △세계화(glocalization)의 가속화 △디지털 신한 △신한문화의 발전적 계승 등 4대 경영목표를 제시했다. 조 회장은 “4대 경영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사람·조직·리스크관리라는 3대 핵심 역량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장기적으로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금융그룹(world class financial group)이 되는 게 최종 목표”라고 했다.

조 회장은 비은행과 해외 부문에서 성장 열쇠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해외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영업 라이선스를 받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한은행이 한국계 은행 최초로 미얀마 양곤에 지점을 내고 영업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경쟁 은행들을 이기고 라이선스를 받았기 때문”이라며 “틈새시장까지 공략한 일본 법인은 지난해 500억원의 순익을 냈다”고 설명했다.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서는 고객 자산을 운용해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게 지름길이라고 했다. 그는 “규제가 풀리면서 자본시장 상품이 은행으로 많이 넘어왔지만 안정적인 영업만 추구하는 은행원 DNA로는 이를 소화할 수 없다”며 “은행과 비은행 자회사 모두 영업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개별 은행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하는 일인 만큼 이해관계자 각자가 협조를 해서 전체적으로 잘 되게 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또 성과연봉제와 관련해서는 “신한은 이미 직급별 호봉제를 시행하는 등 금융권에서 성과에 따른 평가 체계가 가장 잘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2010년 신한사태의 당사자로 최근 대법원 판결을 받은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에 대한 스톡옵션 지급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사회에 보고했지만 검토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며 “조직을 지켜달라는 한동우 전 회장 등 선배들의 당부를 지키는 관점에서 결심하겠다”고 말했다.

서욱진/이현일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