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보며 혼밥 하다간 건강 '혼쭐'…가볍게 한잔 혼술남녀 알코올 의존 '주의'
국내 1인 가구는 1990년 전체 가구의 9%에서 지난해 27.1%로 빠르게 증가했다. 네 가구 중 한 가구꼴로 혼자 사는 가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35년에는 전체 가구의 3분의 1 이상을 1인 가구가 차지할 전망이다. 혼자 사는 사람이 늘면서 밥과 술을 혼자 먹고 마시는 ‘혼밥’과 ‘혼술’ 열풍이 불고 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의 91.8%가 혼자 식사를 했다. 1인 가구의 술 소비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 1998년 1인 가구의 20대 소비품목 가운데 술이 13위였으나 2014년엔 2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처럼 혼밥과 혼술을 즐기는 사람이 늘면서 각종 건강 지표가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꾸준히 제기된다. 건강을 지키는 올바른 식사법과 음주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비만 위장질환 위험 큰 혼밥

혼자 하는 식사는 영양 불균형, 비만, 위장질환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식사를 대충하거나 메뉴로 인스턴트 식품을 선택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대한지역사회영양학회가 발표한 1인 가구의 식행태 분석 자료에 따르면 혼자 식사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메뉴는 라면이었다. 백반, 빵, 김밥, 샌드위치가 뒤를 이었다.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사람보다 간편식 비중이 더 높았다. 간편식은 탄수화물과 지방식으로 구성돼 열량이 높고 설탕과 인공조미료도 많이 들어 있다. 이 같은 식사를 반복하면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혼밥은 함께 밥을 먹는 상대가 없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식사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혼자 밥을 먹는 사람은 음식이 남았을 때 배가 불러도 식사를 더 하는 경향이 있다. 대한가정의학회에 따르면 식사를 빨리하는 사람은 비만이 생기거나 혈중 중성지방 수치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혼자서 TV나 휴대폰으로 영상을 보며 식사하는 것도 잘못된 습관이다. 화면에 집중하다 보면 음식을 제대로 씹지 않고 삼키거나 본인이 먹은 양을 인지하지 못해 과식이나 소화불량 등의 위장질환이 생길 수 있다. 정혜경 이대목동병원 위·대장센터 교수는 “첫술을 뜨고 20분 정도 지나야 식욕 억제 호르몬이 분비된다”며 “밥을 먹을 때는 20분 이상 느긋하게 먹고 TV나 휴대폰을 멀리하면서 식사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식습관만큼 무엇을 먹는지도 중요하다. 식단을 선택할 때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 필수 영양소가 골고루 든 조리 식품을 선택해야 한다. 비타민 무기질 등을 보충하기 위해 채소나 제철 과일도 자주 먹어야 한다.

◆혼술, 알코올 중독 위험도

음주 흡연 비만 등으로 생기는 사회·경제적 비용은 한 해 23조3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6%에 달한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음주다. 혼자 술을 마시는 문화는 1인 가구 건강에 큰 위협요인이 돼 사회·경제적 비용을 늘릴 수 있다. 최근에는 혼술을 당당하고 여유를 즐기는 모습으로 받아들이지만 혼자 술을 마시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다. 친목이나 사회생활을 위해 술을 마시는 것과 달리 술 자체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알코올 중독에 노출되기 쉽다.

혼자 술을 마시면 주변에 관찰자가 없어 주위 시선을 의식하지 않게 된다. 본인 주량을 가늠할 수 없고 평소 주량보다 술을 더 많이 마시는 일이 잦아진다. 친한 친구와 술을 마실 때보다 혼자 마실 때 알코올 중독으로 병원에 입원할 가능성이 9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누군가와 함께 대화하며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어서 짧은 시간에 술을 과하게 마실 수 있다. 심하면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급성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간 건강도 해칠 수 있다. 김휘영 이대목동병원 간센터 교수는 “과음은 간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라며 “여성이나 영양 상태가 좋지 못한 사람, 바이러스 간염 환자는 소량의 알코올 섭취만으로도 심한 간 손상을 입을 수 있어 음주 횟수와 양 조절이 필요하다”고 했다. 간경화로 진단받은 환자는 반드시 금주해야 한다.

‘기분 좋게 한두 잔 마시는 혼술은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습관적으로 술을 찾는 것 자체가 알코올 의존의 시작 단계일 가능성이 있다. 뇌는 술을 마신 순간의 쾌감을 기억한다. 과음하지 않더라도 술을 자주 마신다는 것은 이미 뇌가 조건반사를 통해 계속 술을 찾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술은 적은 양이라도 매일 마시면 내성이 생겨 주량이 는다. 내성이 생기면 술을 더 마시고 싶은 유혹에 빠지고 결국 더 많은 술을 찾는 중독 상태에 이른다. 처음에는 한두 잔으 로 만족했지만 그 다음에는 그보다 더 많은 술을 마셔야 똑같은 만족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알코올 질환 전문병원인 다사랑중앙병원이 한 설문조사에서는 혼자 술을 마신 경험이 있는 사람이 83%였고 처음 시작한 술의 주종은 맥주가 64%로 가장 많았다. 혼자 가볍게 마신 맥주 한두 캔이 알코올 의존증의 시초가 된 셈이다.

◆혼술 도중 TV 시청은 금물

사람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소주를 기준으로 1주일에 14잔 이상은 과음, 하루 5~7잔 이상은 폭음으로 판단한다. 알코올 중독은 음주량이나 횟수뿐 아니라 술에 대한 내성과 금단 현상 유무도 함께 따진다. 음주로 가정생활과 직장생활에 문제나 불화가 생기는데도 계속 술을 마시고 있다면 알코올 중독을 의심해야 한다.

혼자 술을 마시면서도 알코올 중독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술을 마실 시간과 양을 미리 정해두는 것이 좋다. 스스로 음주 습관을 미리 체크하고 적당한 선에서 절주해야 한다. TV를 시청하면서 음주하면 무의식 중에 습관적으로 술을 계속 마실 가능성이 있다. 주의해야 한다. 이무형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음주 전에는 반드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되도록 안주와 함께 술을 마셔야 한다”며 “공복에는 음주에 대한 충동이 강해지고 취기가 쉽게 올라온다”고 설명했다.

무료함이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혼술을 즐겼다면 혼자 있는 시간을 줄이고 술 생각이 덜 나게 가벼운 산책이나 운동, 취미생활 등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남성은 하루 알코올 20g 이하(소주 2잔 이내), 여성은 하루 10g 이하 음주량이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교수는 “알코올 간질환은 많이 진행하기 전에는 증상이 없기 때문에 검진을 통해 간 질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도움말=이무형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정혜경 이대목동병원 위·대장센터 교수, 김휘영 이대목동병원 간센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