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리즌’
영화 ‘프리즌’
전혀 다른 장르로 권력의 두 얼굴을 흥미롭게 그린 한국 영화 두 편이 23일 나란히 개봉해 관객몰이에 나선다. 교도소를 지배하는 악인의 지시로 죄수들이 바깥 세상으로 나와 범죄를 저지르는 액션 ‘프리즌’(나현 감독)과 1980년대 5공 정권에 희생당하는 소시민을 다룬 ‘보통사람’(김봉한 감독)이다. 두 영화는 권력이란 근사한 모습의 이면에 감춰진 악마적인 속성을 포착했다. 한석규와 김래원(프리즌), 손현주와 장혁(보통사람) 등 호화 배역진이 등장한다.

‘프리즌’은 교도소에 대한 통념을 뒤집는다. 범죄자를 격리시켜 교정하는 시설이 아니라 알리바이가 보장되는 범죄집단의 소굴로 그려냈다. 교도소의 제왕으로 군림하는 익호(한석규 분)는 교도관들을 매수한 뒤 밤에 죄수들을 외출시켜 온갖 범죄를 저지른다. 어느 날 전직 경찰 유건(김래원)이 입소해 특유의 깡다구 기질을 발휘하며 익호의 오른팔이 된다. 익호는 유건을 자신의 범죄에 끌어들인다.

교도소장의 역할도 상식을 배반한다. 외부 범죄조직과 감옥 내 범죄집단을 연결시켜주는 연락책이다. 대가는 물론 돈다발이다. 한몫 잡고 싶은 교도관들도 익호 패거리와 운명공동체가 된다. 익호는 사람들의 탐욕을 파고들어 적당히 충족시켜주지만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거나 조직을 배반하는 이들에게는 잔인하게 보복한다. 익호라는 권력자는 돈이란 당근과 공포란 채찍으로 감옥을 지배하는 셈이다. 이는 바깥세상 독재자들의 통치법을 떠올리게 한다. 악이란 한국 사회 모든 곳에 잠복해 있다는 메시지도 암시적으로 전해준다.

한석규의 악인 연기가 인상적이다. 특유의 나직한 목소리 톤으로 평소에는 절제된 인물처럼 보이다가 범죄 현장에서 잔혹한 본색을 드러낸다. 그는 “모계사회인 하이에나 무리의 수컷을 떠올리며 익호를 연기했다”고 말했다. 여왕 암컷에게 간택되지 못한 수컷들은 이 무리와 저 무리를 떠돌면서 온갖 공격을 막아내야만 생존할 수 있다고 한다.
23일 개봉하는 영화 ‘보통사람’. 5공 정권에 희생당하는 소시민을 다뤘다.
23일 개봉하는 영화 ‘보통사람’. 5공 정권에 희생당하는 소시민을 다뤘다.
‘보통사람’에서 권력자는 서울대 출신으로 사법고시를 통과한 안기부 실장 규남(장혁)이다. 그는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온갖 사건을 조작한다. 사회적인 불안과 공포를 조장해 독재를 합리화하기 위해서다. 그 같은 독재에는 희생자가 따르기 마련이다. 5공 정권의 폭력적인 속성을 고발하는 작품이다.

평범한 가장인 형사 성진(손현주)은 다리가 아픈 아들을 수술시키고, 말 못하는 아내에게 번듯한 집을 선물하기 위해 불철주야로 뛴다. 성진은 살인범을 추적하다가 규남의 공작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깊숙이 가담하게 된다. 그의 지시에 따라 사건을 조작하자 아들의 수술비를 대준다. 그러나 친형 같던 반체제 기자는 살해되고 만다. 양심의 가책을 느낀 성진이 지시를 거부하는 순간 혹독한 대가가 따른다.

극 중 규남은 말과 행동이 조용하지만 이따금 살벌한 본색을 드러낸다. 대마초 흡입 혐의를 받는 여자 연예인에게 취조 중 주먹을 날리는 장면도 그중 하나다. 규남은 승승장구해 사회 정의를 수호하는 사법권력으로 둔갑한다. 악마적인 권력은 지금 이 순간에도 한국 사회 곳곳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