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특별검사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거부한 27일 박영수 특별검사가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특별검사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거부한 27일 박영수 특별검사가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27일 특별검사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승인하지 않음에 따라 90일간 달려온 박영수 특검팀 수사는 멈추게 됐다. 국정농단의 전모를 밝히지 못했지만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삼성 뇌물죄’ 수사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해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게 아니냐는 법조계 평가가 나온다.

◆특검, 25명 안팎 기소할 듯

특검은 지난 90일 동안 김 전 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구속기소했다. 현 정권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면서 최순실 씨 국정농단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들이다.

이 부회장을 구속한 것도 특검으로선 중요한 성과로 꼽힌다. 특검은 지난해 12월21일 수사 첫날부터 국민연금공단을 압수수색하는 등 삼성 뇌물죄 수사에 초점을 맞췄다.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 과정과 삼성의 최씨 지원 연관성이 이번 국정농단 의혹의 핵심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특검수사 28일 종료] 삼성에 '올인'하다가 …박 대통령 대면조사·최순실 자백 '마침표' 못찍은 9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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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은 지난달 19일 법원에서 이 부회장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한 달간 보강수사를 벌여 이달 17일 영장을 받아냈다. 수사기간 전부를 쓰다시피 하면서 정조준한 이 부회장 구속에 실패했다면 특검 수사 전체가 ‘빈손’으로 끝났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이 부회장 구속으로 특검 수사 전체의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며 “수사기간 연장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특검으로선 크게 기분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13명을 기소한 특검은 수사 마지막 날인 28일 이 부회장과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등 10~15명을 일괄기소할 계획이다. 박영수 특검에서 재판에 넘기는 피의자 규모는 25명 안팎이 될 전망이다.

특검은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 등 삼성 수뇌부는 불구속기소할 예정이다.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이 부회장 외에 입건된 삼성 수뇌부들도 (불구속)기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에 수사력 소진”

특검 안팎에선 삼성에 수사력 대부분을 집중한 탓에 박근혜 대통령과 최씨에 대한 수사가 미진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검은 당초 지난달 19일 이 부회장을 구속한 뒤 박 대통령 대면조사와 최씨 관련 다른 의혹 수사에 집중할 계획이었지만 영장이 한 차례 기각되면서 수사 일정이 뒤로 밀렸다. 이 과정에서 특검 수사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과열됐고 결국 황 권한대행이 수사기간 연장을 거부할 명분이 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삼성 수사로 대통령 조사 일정이 뒤로 밀리면서 결국 청와대 측과 대면조사 합의에 실패했다”고 했다. 최씨도 특검 조사 내내 묵비권을 행사하며 줄다리기를 했고 특검은 최씨 입을 여는 데 실패했다. 이 변호사는 “최씨 국정농단 의혹 가운데 규명되지 않은 부분도 많다”며 “한정된 수사 기간과 인력 탓에 어쩔 수 없었겠지만 특검의 삼성 올인 전략에 아쉬운 면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28일 뇌물공여와 업무방해 등 최씨의 혐의를 종합해 기소한다. 특검은 다음달 2일 또는 3일께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