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남성 정장의 대명사 아오야마 상사가 인수한 구두 수선 체임점인 ‘미스터 미니트’ .
일본 남성 정장의 대명사 아오야마 상사가 인수한 구두 수선 체임점인 ‘미스터 미니트’ .
한국이나 일본 모두 남성복 시장, 특히 정장 시장은 성장이 끝난 ‘한계 산업’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국보다 인구도 많고, 직장인이 정장을 입는 문화가 널리 퍼져 있는 일본에서도 ‘단카이 세대’(1947~1949년생) 은퇴 이후 정장 시장의 위축은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 ‘정장 시대의 종언’을 맞아 일본 남성복업계도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50년 전통의 유명 남성정장 업체 아오야마상사(靑山商事)의 ‘변신’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깜짝 수익원 발굴

[BIZ Success Story] '성장 절벽' 일본 남성 정장의 대명사…"구두 수선 체인으로 돌파구"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구두수리업이 아오야마상사의 제2 수익원이 될 수 있을까’란 제목의 기사에서 “캐주얼 의류사업 등으로 다각화를 모색해온 아오야마상사에서 구두 수리 등을 하는 자회사 ‘미스터 미니트’가 효자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초 아오야마상사는 남성 정장 시장의 쇠퇴를 캐주얼 의류 분야 확대라는 ‘전통적인’ 방식의 대응으로 보완하려고 했다. 일본 남성정장 시장이 최근 10년간 30%나 쪼그라들었고 직장인의 작업복이 캐주얼화하면서 세칭 ‘쿨비즈’가 확산되는 추세를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야심 차게 추진한 아메리칸 이글 브랜드 등 캐주얼 의류 시장 성장은 기대에 못 미쳤다.

남성복 전문점 아오야마 상사 모습
남성복 전문점 아오야마 상사 모습
벽에 부딪힌 아오야마상사가 재빨리 돌파구로 찾은 것은 구두 수선체인인 미스터 미니트였다. 2015년 12월 미스터 미니트 체인을 보유하고 있던 미니트아시아퍼시픽을 146억엔에 인수해 자회사로 만들었다.

미스터 미니트는 남여 구두 수선을 비롯해 열쇠 복제 등의 서비스를 하는 소규모 점포 체인이다. 외출할 때 갑자기 신발이 망가진 경우 지하철역 등에서 통상 3~5분 만에 간단히 수리를 마칠 수 있어 인기가 많다. 1972년 미쓰코시 백화점 니혼바시점과 다카시마야백화점 니혼바시점 등 백화점 출점을 시작으로 40년 이상 신발 수리 사업을 해오며 명성을 쌓았다.

아오야마상사는 미스터 미니트가 높은 인지도를 보유했을 뿐 아니라 수익성도 높은 ‘알짜 회사’라는 점에 주목했다. 또 구두와 정장이라는 연관성에 주요 도시 교통요지에 미스터 미니트 체인이 자리 잡고 있는 네트워크 효과도 감안했다. 라이벌 정장업체 AOKI홀딩스가 결혼식장과 노래방 운영 등 ‘발상의 전환’ 수준으로 사업을 다각화한 점에 자극받은 면도 있다.

‘업종 다각화’에 ‘서비스 다각화’까지

[BIZ Success Story] '성장 절벽' 일본 남성 정장의 대명사…"구두 수선 체인으로 돌파구"
[BIZ Success Story] '성장 절벽' 일본 남성 정장의 대명사…"구두 수선 체인으로 돌파구"
아오야마상사는 미스터 미니트 인수로 업종을 다각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비스 다각화도 적극 추진했다. 미스터 미니트가 거둘 수 있는 수익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를 위해 스마트폰 수리, 시계 건전지 교환, 인감도장 제작, 세탁 등의 서비스를 추가했다. 지난해 9월 도쿄 간다지역 점포에서 인감도장 제작 서비스를 시작했다. 15~20분 안에 개당 1500~2000엔가량의 비용으로 개인과 법인용 인감도장을 만들 수 있도록 설비를 갖춘 것. 일단 간다지점에서 시범서비스를 해본 뒤 2년 뒤 미스터 미니트 전 지점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기로 했다. 도쿄 니혼바시 점포에서는 세탁 전문업체 백양사와 제휴를 맺고 세탁 의류 접수 업무도 시작했다. 의류를 보관할 장소를 확보할 수 있는 지점을 중심으로 서비스 도입 점포를 늘리고 있다.

미스터 미니트 신규 출점도 가속화하고 있다. 올해 이후 도쿄 등 주요 도시 중심지에 매년 40~60개 이상을 신규 출점하는 등 지점 증가 속도를 기존의 두 배 이상으로 높이기로 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인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점포별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 이상 늘었다.

주력인 양복 사업과의 시너지도 확대하고 있다. 양복 매장 체인인 ‘양복의 아오야마’ 도쿄 시부야 점포에 미스터 미니트 코너를 마련한 것을 비롯해 미스터 미니트에서 구두를 수선한 고객에게 아오야마 상사가 취급하는 구두를 싸게 구매할 수 있는 할인권도 증정하고 있다.

미스터 미니트의 지난해 4~12월의 3분기 영업이익은 2억엔(약 20억원) 규모로 아직 큰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2016년 10~12월 매출은 전분기 대비 2.6% 증가하고, 세전상각전이익(EBITDA)은 28.5% 늘어나는 등 성장세가 꾸준하다.

미스터 미니트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도 높다. 영업이익률은 현재 2% 정도에 그치지만 각종 무형비용을 제외하면 영업이익률이 10%대로 오를 것이란 평가다. 매출이 세 배 늘고, 이익률이 10%까지 높아지면 총 영업이익은 35억엔까지 확대될 수 있다. 이는 2017년 아오야마상사 예상 영업이익의 16% 수준에 해당하는 것으로, 성공적인 수익 포트폴리오를 짠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아오야마상사는 영업이익의 90% 이상이 남성복 시장에 편중돼 있어 이를 해소할 주역으로 꼽히고 있기도 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매출을 현재보다 3~4배 수준으로 늘리는 것이 결코 꿈만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