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도시 이야기-경남 김해] '녹즙기 강자' 휴롬, '문구 강소기업' 문교…김해의 국민기업들
김해에는 산업화가 한창이던 1980~1990년대 공장을 옮겨온 뒤 급성장한 기업이 많다. 부산·창원의 용지난을 피해 김해에 새로운 터전을 마련한 중소기업들은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버팀목으로 성장했다. 최낙영 김해중소기업비즈니스센터장은 “김해는 중소기업 7400여개, 근로자 8만3000여명과 함께 성장해온 명실상부한 기업도시”라며 “부산·창원에서 이전해온 기업들이 김해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 도시의 미래도 한층 밝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가정주부라면 한 번은 들어봤을 ‘크린?’은 김해의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다. 1983년 설립된 이 회사(대표 전기영·39)는 세계 최초로 식용 옥수수유를 사용한 폴리에틸렌 재질의 무독성 랩을 개발한 곳이다. 2006년 부산 본사를 생산공장이 있는 김해 주촌면으로 옮긴 뒤 크린백과 지퍼백, 크린호일 등 식품 포장용품 중심의 제품군을 주방·생활편의 용품으로 넓혀가고 있다. 최종팔 크린? 부사장은 “김해로 이전한 이유는 기존 근로자의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데다 신규 인력 수급도 쉬웠기 때문”이라며 “사통팔달의 교통망까지 갖추고 있는 김해는 전국 대형마트와 대리점에 납품하는 회사로선 최적의 입지”라고 말했다.

분필과 칠판, 파스텔로 유명한 문교(대표 김민자·73)는 1974년 김해에 새 둥지를 틀었다. 1946년 부산 보수동의 작은 문구 제조공장으로 출발한 문교는 김해에서 사세를 키워 석고·문구·교구 분야 강소기업으로 컸다.

녹즙기와 원액기로 유명한 휴롬(회장 김영기·68) 본사도 김해에 있다. 1974년 설립된 휴롬은 40여년간 착즙 분야를 연구개발해온 업체다. 휴롬의 전신인 동아산업은 2006년 12월 마산에서 김해로 이전했고 약 1년 뒤 휴롬 원액기 개발에 성공하며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파이프를 연결하는 커플링과 고정장치 제조업체인 정우카프링(대표 유인태·62)은 1995년 부산에서 창업해 2005년 김해로 옮겼다. 이달 초 김해시로부터 자랑스러운 CEO상을 받은 유인태 대표는 “저렴한 비용으로 넓은 부지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고 말했다.

1986년 부산에서 대광닛불상사로 출발한 디케이락(대표 노은식·60) 역시 공장 신축과 사업 확장을 위해 2005년 김해로 옮겨왔다. 피팅 및 밸브 전문생산업체로 2014년 3000만불 수출탑을 수상하고 2015년에는 ‘월드클래스 300 육성기업’에 선정되는 등 지역의 대표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1971년 창립 이래 금고산업 분야의 외길을 걷고 있는 부일금고(대표 박재환·46)는 1997년 공장을 신축하며 부산에서 김해 어방동으로 이전했다. 2010년 산업자원부로부터 ‘세계 일류상품 생산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지역의 알짜 기업이 됐다.

김해=김해연 기자 ha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