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보내면서 많이 오간 화제 중 하나가 ‘정치 스트레스’다. 탄핵 정국이 정리되고 가닥이 잡혀가기는커녕 논란만 계속 커지는 분위기고, 일정도 안 잡힌 대선 레이스에서는 터무니없는 공약들이 난무하는 탓이 크다. 경제도 불안정한 판에 정치 스트레스, 정치 리스크를 가중시키는 것은 바로 입만 떼면 리더십을 언급하는 정치인들이다. 자칭 타칭의 소위 대권주자들이 그 핵심이다.

아무리 말로 먹고사는 게 정치인이라지만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선심성 포퓰리즘 경쟁은 정도가 심하다. 실현 가능성이 없는 공약이 한둘이 아니고 위헌적 주장도 적지 않다. 재벌해체(이재명), 사교육폐지 국민투표(남경필) 같은 주장이 그런 사례다. 재원 문제는 도외시한 채 마구 퍼주겠다는 공약도 해가 갈수록 더해진다. 아동수당과 미취업 청년수당 신설(문재인), 군복무기간 단축 경쟁(남경필 문재인 이재명) 공약이 다 그렇다. 육아휴직 3년 보장(유승민) 같은 공약처럼 천차만별의 직장 현실과 따로 노는 공론도 많다. 세종시로 이전한 정부 부처의 행정비효율이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다는 지적이 커지는 판에 청와대 대법원 검찰청까지 더 옮기자(안희정 남경필)는 식의 특정지역 맞춤형 공약도 앞으로 속속 나올 것이다. 국회는 왜 빼놓나.

경박한 정치권이 앞장서 한국을 부박한 사회로 전락시키고 있는 한 단면이다. 선거가 그런 저급의 경연장이 되고 말았다. 말로는 일자리 만들기라면서 내용은 단순히 일자리 나누기에 불과한 것을 정책 공약이라고 포장하지만 이제 유권자들도 알 만큼은 알고 있다.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이 보수를 외치면서도 연일 ‘좌클릭’하는 것 또한 유권자를 호도하는 ‘정치적 분식’ 행위에 다름 아니다.

국회와 정치권은 정치에 대한 냉소가 어느 정도인지 아직도 제대로 모르는 것 같다. 하지만 정치를 불신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심지어 희화시킨 것은 정치권 스스로다. 삶과 생업의 존엄성, 투자와 제대로 된 일자리의 소중함, 이를 통한 사회의 진보와 국가 발전에 대한 깊은 성찰이 요구된다. 눈앞의 선거와 표보다 더 중요한 것을 볼 줄 알아야 유권자의 지지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