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독주…삼성전자·SK하이닉스 유망"
연초 코스피지수가 2060선을 넘어서면서 지난 5년여간 지루하게 이어져온 박스권(1850~2100) 돌파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 회복과 기업의 이익 증가에 대한 기대를 등에 업고 코스피지수가 올해 2200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 탈출을 이끌 주도주에 쏠려 있다.

대호황기 접어든 반도체

인공지능·사물인터넷(IoT) 등이 주축이 되는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은 올해 국내 주식시장의 최대 화두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PC·스마트폰뿐 아니라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과 자동차에도 메모리(저장용) 반도체가 대거 탑재되면서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1, 2위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증가세도 가팔라질 전망이다. 올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는 작년보다 10.3% 커진 853억달러(약 1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에는 상반기의 수요 부진을 하반기에 만회한 ‘상저하고(上低下高)’ 형태를 띠었지만, 올해는 연초부터 호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국 반도체 독주…삼성전자·SK하이닉스 유망"
한국경제TV 와우넷 전문가인 홍은주 파트너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외에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기 위한 각종 기술과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도 대부분 국내 기업이어서 반도체 관련 산업의 ‘한국 독주’가 앞으로 2~3년간 이어질 것”이라며 “이들 기업의 주가가 증시의 대세 상승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시 힘 받는 ‘차·화·정’

2010년대 초 주가지수 상승의 주역이던 자동차·화학·정유주도 올해 박스피 돌파에 힘을 보탤 종목으로 꼽힌다. 정유주는 지난해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8년 만에 원유 감산에 합의한 여파로 올해 유가가 점진적으로 오르면서 정제 마진(원유를 정제해 휘발유·경유로 만들어 남기는 이익)이 눈에 띄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충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적으로 석유 제품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고 있는 데 비해 정유 설비 증설은 정체된 상태여서 국내 정유사들의 올해 업황 전망은 작년보다도 밝다”고 했다. 석유화학주는 폴리에틸렌(PE) 등 제품 가격 상승으로 올 상반기에도 실적 개선세가 뚜렷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부진했던 자동차주는 올해 중국 등 신흥국 시장의 수요 회복과 지역별 전략 차종 출시로 빠른 실적 회복이 기대된다. 양대용 삼성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상승과 신흥국 시장의 수요 증가에 따른 현대·기아자동차 등 완성차 업체의 실적 개선 모멘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현대·기아차의 실적 회복으로 자동차 부품주도 수혜를 입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대외 변수에 자유로운 엔터·게임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등 불확실한 대외 변수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고 꾸준한 실적을 내는 내수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경제TV 와우넷 박찬홍 파트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이행 불확실성으로 원·달러 환율이 급변동하고 있는 만큼 환율의 영향을 덜 받으면서 탄탄한 실적을 내고 있는 엔터테인먼트·게임주에 투자하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와우넷 전문가 가운데 박 파트너와 홍 파트너는 최근 ‘리니지2 레볼루션’ 흥행 덕에 강세인 엔씨소프트를, 신학수 파트너와 김남귀 파트너는 CJ CGV를 올해 유망 종목으로 꼽았다. 박 파트너는 케이블 채널 tvN을 운영하는 CJ E&M도 올해 주목할 종목으로 제시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