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데스밸리의 디딤돌 '대학창업펀드'를 기대한다
미국 스탠퍼드대가 배출한 창업기업의 연매출과 일자리 창출 규모는 각각 2조7000억달러(약 3000조원), 540만개에 달한다. 휴렛팩커드, 구글, 시스코 등 유수 글로벌 기업 역시 이 대학 출신이 창업했다. 스탠퍼드대의 이런 성과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창업 학풍’을 만들어낸 대학 차원의 노력에 그 답이 있다.

2004년 구글이 상장하자 스탠퍼드대는 핵심기술에 대한 독점사용권을 대가로 1억8000만달러의 주식가치를 평가받아 부러움을 샀다. 구글의 스승으로 불리는 이 대학 데이비드 체리턴 교수도 30억달러의 주식 대박을 터뜨렸다. 6년 전 자신을 찾아와 사업계획을 설명한 두 명의 제자를 응원하며 10만달러를 투자한 결과라고 한다. 실리콘밸리 역사상 최대 규모의 초기 투자금(2500만달러)을 받아 화제가 된 모바일결제 시스템 ‘클링클’ 창업가 역시 당시 19세 학부생이었다. 더 놀라운 건 당시 스탠퍼드대 총장이 이 회사를 위해 컨설팅에 나서고 교수들이 투자자로 참여하는 등 ‘창업 학풍’의 강한 일면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대학의 창업지원 현실은 어떤가. 2015년 기준 대학생 창업기업은 400개 내외로 대학당 한 건에 불과하다. 취업난을 창업으로 돌파하려는 학생조차 비좁은 취업문으로 떠밀리는 분위기가 여전하다는 방증이다. 주요 선진국은 물론 중국마저 경쟁적으로 기업가적 대학을 주도해나가는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의 뒤처지는 모양새가 안타깝다.

필자가 속한 대학은 정부의 ‘산학협력선도대학사업’ ‘창업선도대학사업’을 수행하며 최근 5년간 50여개 창업기업과 200여개 일자리를 만들어 지원 사업의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런 지원사업도 ‘데스밸리’ 앞에서는 한계에 직면한다. 창업 2년차부터 겪는 자금 부족 문제를 해결해줄 여력이 없어서다. 민간 투자를 찾아 보지만 리스크가 큰 청년창업가에게 손을 내미는 곳은 별로 없다.

이런 와중에 교육부, 중소기업청이 공동으로 ‘대학창업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반갑다. 대학창업펀드는 대학기술지주회사, 동문, 지방자치단체, 민간 등의 출자로 펀드를 조성하면 정부가 중소기업 모태펀드로 매칭해 안정적인 자금 확보를 유도하는 사업이다. 일례로 대학이 5억원을 조성하면 정부가 15억원을 매칭하는 방법으로 총 20억원의 투자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이 펀드는 주로 대학 창업기업이 데스밸리를 건널 수 있도록 디딤돌 역할을 한다.

대학창업펀드 정책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첫째, 대학이 기업가적 대학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교수, 학생의 기업가적 마인드 고취는 물론 창업과 기술사업화를 장려하는 학풍 진작 의지가 필요하다. 둘째, 대학창업펀드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전문가의 확보다. 스탠퍼드대처럼 펀드 운영을 전담할 교내 전문가가 없다면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투자기업을 선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대학창업펀드 기능을 경영컨설팅, 판로개척 등 액셀러레이팅을 병행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노력이 뒤따른다면 대학창업펀드를 통해 스타 창업기업 육성이 활성화되고, 이를 보고 꿈을 키운 학생들의 과감한 도전이 잇따를 것으로 기대된다.

고혁진 < 한국산업기술대 교수·경영학, 창업지원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