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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은갈치·먹갈치·금갈치…

입력 2016-11-29 17:37:43 | 수정 2016-11-30 00:39:49 | 지면정보 2016-11-30 A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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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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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치는 기다란 칼 모양이어서 칼치라고도 불렀다. 한자로는 ‘칼 도’자를 써 도어(刀魚)라고 했다. 서양 사람들도 옛날 선원이나 해적들이 쓰던 칼(cutlass)을 닮았다고 커틀러스피시(cutlassfish)라 부른다. 이빨이 칼날처럼 날카롭고 억센 데다 성질까지 급하다. 문화권에 따라서는 ‘비늘 없는 고기’라 해서 먹지 않는 곳도 있다.

온몸은 하얗게 빛나는 은분(銀粉)으로 덮여 있다. 이 색소는 구아닌(guanine)이라는 성분이다. 인조진주에 광택을 내는 원료나 립스틱 등 색조화장품의 재료로 많이 쓰인다. 갈치 살은 밝은 색을 띠고 식감도 부드럽다. 소량의 당질 덕분에 감칠맛이 있고,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서 몸에도 좋다. 칼슘에 비해 인산의 함량이 많은 산성 식품이므로 채소를 곁들여 먹으면 더욱 좋다.

겉모습만 봐도 은갈치와 먹갈치 등 국내산과 몸집이 크고 살이 무른 외국산을 구분할 수 있다. 낚시로 한 마리씩 잡아서 은빛이 선명하면 은갈치, 그물로 잡아 은분이 군데군데 벗겨진 것은 먹갈치다. 은갈치는 주로 제주 연안과 남해안, 먹갈치는 목포·인천 등 서해안에서 많이 잡힌다. 외국산은 한때 세네갈에서 많이 들어왔으나 요즘은 페르시아만과 인도네시아에서도 수입된다.

시기와 몸집에 따라 여름철에 잡히는 작은 ‘풀치’, 가을철에 잡히는 굵은 ‘댓갈치’, 수염이 달리고 너무 커서 산으로 올라간다는 속설을 가진 ‘산갈치’로 분류하기도 한다. 지역별로는 ‘빈쟁이’ 같은 별칭도 많다. 산지에서 막 잡아올린 것은 회로 떠 먹는다. 소금을 살짝 뿌린 뒤 노릇하게 구워 먹는 풍미가 일품이다. 물 좋은 생갈치를 배춧잎이나 호박과 함께 끓인 갈칫국 맛도 뛰어나다. 자작하게 지진 찌개나 발그레한 조림, 자반갈치를 이용한 찜 또한 별미다. 갈치속젓은 두말할 필요 없는 밥도둑이다.

제주 연안 갈치 어획량이 5년 새 3분의 1로 급감했다고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마도 인근 등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 조업이 6개월째 묶여 있다. 일본이 한국 측 어선을 3분의 1로 줄이라 하고, 우리는 어획량을 더 늘려 달라며 평행선을 달리는 중이다. 한·중 어업 갈등에 한·일 갈치전쟁까지 겹친 모양새다.

한·일어업협정 결렬로 조업 구역이 줄어들자 어부들은 근해용 어선을 끌고 이틀이나 걸리는 동중국해 공해까지 나가고 있다. 엊그제는 파도에 전복돼 선장 등 4명이 실종되기도 했다. 수급 차질로 마리당 가격이 7000원을 넘었다. 지난해보다 30% 가까이 뛰었다. 은갈치가 금갈치가 됐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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