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결혼 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30만쌍을 밑돌 것이라고 한다. 통계청 ‘9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 1~9월 결혼은 20만5900쌍으로 전년 동기(22만300쌍)보다 6.5% 감소했다. 이런 추세라면 작년 30만2800쌍에서 올해는 29만쌍 안팎으로 줄 것이란 예상이다. 결혼이 줄어드니 출생아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지난 1~9월 출생아는 31만74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1만8900명) 줄었다. 작년 43만8420명에서 올해는 41만명대로 쪼그라들 것이란 전망이다. 내년이나 후년엔 출생아 40만명 선도 지키기 어렵다고 한다. 결혼 기피와 저출산 고착화의 악순환이다.

문제는 인구구조상 결혼 감소를 반전시킬 여지가 없다는 점이다. 통계청 장래인구 추계에 의하면 출산 적령기라 할 25~34세 여성 인구가 2010년 372만명에서 올해 330만명으로 급감했고 10년 뒤엔 315만명, 20년 뒤엔 225만명으로 쪼그라든다. 결혼할 여성의 절대 숫자가 줄어드니 출생아수는 더욱 줄 수밖에 없다. 게다가 결혼을 기피하는 비혼(非婚)족도 점점 늘고 있다. 경제적 이유보다는 일을 중시하고 얽매여 살기 싫다는 현세주의 인생관의 산물이다.

10년간 저출산대책에 85조원을 투입하고도 출산율은 2006년 1.12명에서 작년 1.24명으로 찔끔 오른 게 고작이다. 정부는 향후 5년간 100조원 이상을 더 쏟아부을 예정이지만 이래선 백약이 무효다. 초저출산(출산율 1.3명 미만)은 한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 동아시아에 공통된 현상이다. 가치관이 달라진 결과다. 돈으로 풀 수 없는 게 결혼과 출산이다. 차라리 저출산을 상수(常數)로 놓고 경제구조와 사회시스템을 그에 걸맞게 고부가화하는 편이 낫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