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내 일부 가구가 주택 리모델링 조합을 설립하고 증축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인 서울 광장동 워커힐 아파트. 한경DB
단지 내 일부 가구가 주택 리모델링 조합을 설립하고 증축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인 서울 광장동 워커힐 아파트. 한경DB
아차산 언덕에 자리잡아 한강을 남향으로 바라보는 서울 강북권의 대표적 아파트 부촌(富村)인 광장동 워커힐아파트 내 일부 단지가 증축 리모델링에 나선다.

다세대·연립주택 14가구를 별동으로 건립한 뒤 그 부속시설로 차량 200대 이상을 세울 수 있는 지하주차장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증축 가구 수보다 10배 이상 많은 규모의 지하주차장을 그 부속시설로 보고 건축 인허가를 내줄지에 대해 광진구와 서울시가 검토에 들어갔다.

주차장을 위하여…40년 된 워커힐아파트 '독특한' 리모델링
23일 서울시와 광진구에 따르면 광장동 워커힐아파트 51·52·53동, 144가구는 지난 14일 주택리모델링 조합 설립인가를 광진구로부터 받았다. 1978년 준공된 워커힐아파트는 2000년대 초부터 재건축과 리모델링 중 어떤 사업 방식을 택할지를 두고 주민 의견이 갈렸다. 이번에 조합이 설립되면서 전체 576가구의 25%가량인 144가구만 별도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워커힐아파트는 아직 정비구역으로도 지정되지 않아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되려면 상당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번 리모델링 사업은 주택 개량보다 지하주차장 신설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용 162~226㎡에 달하는 대형 아파트 중심의 단지지만 약 40년 전에 지어져 지하주차장을 갖추지 못했다. 이 때문에 주민 불편이 상당하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차량 200여대를 댈 수 있는 지하주차장이 신설되면 주민의 주차난이 해소되고 주택 가치도 함께 올라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차장을 위하여…40년 된 워커힐아파트 '독특한' 리모델링
51·52·53동 리모델링조합은 이를 위해 전용 70㎡대의 다세대·연립주택 14가구를 별동 건물로 세우고 지하주차장은 이 건물의 부속시설로 등록해 건축심의를 받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51·52·53동이 들어선 대지는 자연녹지구역으로 분류돼 있어 기존 아파트 건물을 직접 증축 리모델링해 지하주차장을 마련하는 것은 여러 규제가 따르기 때문이다.

광진구 관계자는 “자연녹지지역에서 아파트 증축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저층 다세대·연립주택을 건설해 부속시설로 지하주차장을 만들겠다는 조합 계획이 타당한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진구는 최근 이 같은 조합 측의 리모델링 계획에 대해 서울시 공동주택과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다세대·연립주택 14가구의 부속시설로 200대 이상 규모의 지하주차장을 포함시킬 수 있는지 묻는 내용이다.

서울시는 주택 관련 법에는 주차장의 최소 규모에 대한 규정만 있지 최대 규모를 제한하는 내용은 없다고 밝히면서도 리모델링 계획이 적절한지는 광진구가 건축심의 등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답신했다. 서울시 공동주택과 관계자는 “증축 가구 수가 50가구 미만이라 관련 인허가 절차 대부분을 광진구가 결정하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워커힐아파트는 모두 초대형 평형이다. 가장 작은 주택의 크기가 전용면적 162㎡이다. SK건설 전신인 선경종합건설이 시공했다. 전용면적별 가구 수는 △162㎡ 144가구 △166㎡ 108가구 △196㎡ 180가구 △226㎡ 144가구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워커힐아파트 전용 162㎡는 13억8000만원에 매매됐다.

이 단지는 2004년부터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해 2007년 삼성물산과 GS건설을 우선협상 시공사로 선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리모델링 대신 재건축을 추진하자는 일부 주민의 반대로 리모델링 사업이 지연돼 왔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