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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찾는 여야 잠룡들…유승민·안희정 연일 '강연정치'

입력 2016-11-17 09:05:19 | 수정 2016-11-18 10:2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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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주자 행보에 불 댕긴 최순실 게이트
정국 의견 개진, 존재감 각인, 인지도·지지도 상승
최근 여야 대권주자들이 강연한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서울대·고려대·서강대·KAIST 캠퍼스. / 한경 DB기사 이미지 보기

최근 여야 대권주자들이 강연한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서울대·고려대·서강대·KAIST 캠퍼스. / 한경 DB


[ 김봉구 기자 ] 대학을 찾는 대권주자들의 잰걸음이 눈에 띈다. 캠퍼스 곳곳에 여야 잠룡들 강연을 알리는 포스터가 나붙고 있다.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국정농단 사태가 대선까지 1년 넘게 남은 시점에 이른 ‘강연정치’의 불을 댕긴 것이다.

17일 한경닷컴이 박근혜 대통령의 첫 대국민사과가 있었던 지난달 25일부터의 여야 유력정치인 대학가 특강을 자체 집계한 결과 여권에선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 야권에선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도드라진 행보를 보였다.

강연 횟수가 많을 뿐더러 서로 여야 텃밭을 넘나든 공통점도 있다. 유 의원은 광주 전남대, 안 지사는 박 대통령이 이사를 지낸 경북 경산 영남대를 각각 찾았다. 대학 관계자들은 “여야 균형을 맞춘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 해도 거부감이 덜하고 확장성 있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강연하는 유승민 의원. / 한경 DB기사 이미지 보기

강연하는 유승민 의원. / 한경 DB

지금은 멀어졌지만 유승민 의원에게는 박 대통령의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원죄’가 있다. “최순실을 몰랐다는 건 거짓말, 정말 몰랐다면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달 3일 전남대 강연에서 이같은 취지의 질문을 받기도 했다.

그는 정면 돌파를 택했다. 유 의원은 메시지가 또렷한 정치인이다. 박 대통령이 첫 대국민사과를 하던 그날, 대통령 모교인 서강대에서, “이건 나라도 아니다”라고 했다. 며칠 뒤 전남대 강연 주제는 ‘왜 민주공화국인가’였다. 유 의원은 작년 당 원내대표에서 사퇴할 때부터 헌법 1조 1항(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을 강조해 왔다.

지난 10일엔 KAIST(한국과학기술원)에서 ‘과학기술, 혁신성장과 정치의 역할’ 주제로 강연했다. 정국이 여권에 불리해지면서 주최측이 일정 조율 여부를 상의했으나 “욕을 먹더라도 제가 먹겠다. 이번 정국이 금세 가라앉을 것 같지도 않다”면서 예정대로 강행했다는 후문이다.

최근 여권에 대한 청년층 여론은 최악이다. 같은 당 조경태 의원과 김무성 전 대표가 각각 대구 경북대를 방문했을 때는 학생들의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이를 감안하면 유 의원의 행동반경에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지난 9일 영남대에서 강연하는 안희정 지사. / 영남대 제공기사 이미지 보기

지난 9일 영남대에서 강연하는 안희정 지사. / 영남대 제공

야권의 잠재적 대권후보로 보폭을 넓히고 있는 안희정 지사는 지난달 말부터 서울대·건국대·국민대·영남대·선문대 등에서 잇따라 강연했다. 발언이 신중한 편이다. 대통령 하야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고 있다.

자신이 현역 도지사란 점을 들어 국회의 역할과는 구분 지었다. 그는 “대통령 하야나 사퇴, 탄핵은 국회 지도자들과 협의할 사항”이라고 언급했다. 자치단체장이지만 강경론을 펴는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과는 차이를 보였다.

안 지사가 비교적 상세하게 정국에 대한 견해를 밝힌 것은 지난 9일 영남대 특강 자리에서다. 야권이 대통령 탄핵에 나서지 않는 상황을 ‘뜨거운 솥’에 비유했다. “뜨겁다고 (권력을) 내려놓으면 모든 사람이 다 덴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자신의 색깔을 내는 데 치중하는 모습이다. 공정법치, 지방분권, 균형발전 등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계승’이라 할 만한 내용을 매번 힘줘 말했다. 서울대 강연이 대표적. 안 지사는 박 대통령을 “임금님 통치 스타일”이라 비판하며 “새로운 리더십은 좋은 법과 제도에 의한 리더십에서 나아가 협치, 자치의 리더십이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재명 시장(왼쪽)과 남경필 지사. / 한경 DB기사 이미지 보기

이재명 시장(왼쪽)과 남경필 지사. / 한경 DB

여야 온도차는 있으나 잠룡들의 강연정치는 계속되고 있다. 후발 대권주자 입장에선 존재감을 각인하는 기회다. 젊은 대학생들과 소통하며 인지도와 지지도를 높일 수 있다. 해당 지역에서 커뮤니티센터 역할을 하는 지방대에서의 공개강연은 지역 민심을 얻는 데도 효과적이다.

이재명 시장은 야권에서도 손꼽히는 저격수다. 거침없는 스타일이다. 창원대 강연에서 “(박 대통령은) 지도자로서의 자질과 소양이 전혀 없다. 다시는 이런 일 없게 대통령을 잘 골라야 한다”고 했다. 이어 강릉영동대 강연에선 “대통령은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손으로 끌어내야 비로소 그만둘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고려대에서 강연한 여권 소장파 남경필 경기지사는 “대통령은 빨리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고 요구했다. 자신이 도정에 도입한 야당과의 연정시스템에선 ‘최순실 게이트’ 같은 비리가 나올 수 없다고도 했다. 그는 1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자유대 강연에서 국가 차원으로 확대한 협치형 대통령제를 ‘제4의 길’로 제시했다.

여권 비박계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이달 6일 사단법인 ‘미래 본’ 창립을 기념해 대구 수성대에서 열린 시국강연회에서 “하야할 때가 아니다. 대통령이 국민에 거듭 사죄하며 나라를 안정적으로 끌고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 추천 총리를 전제로 한 거국 내각에 대해서도 “그건 거국 내각이 아니라 야당 내각”이라며 선을 그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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