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경제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이 9일 "미국의 로맨스는 끝났다"며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를 새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미국 대선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인 크루그먼은 대선 기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칼럼을 쓴 바 있다. 크루그먼은 대선 다음날 오전 신문 온라인판에 올린 짧은 글에서 "하루 지나니 몇 가지 생각이 든다"며 운을 뗐다.

그는 "내 생각을 파고드는 것은 트럼프가 앞으로 우리 사회 분위기에 끼칠게 분명한 어마어마한 피해, 단지 그것이 아니다" 라며 "거대한 환멸도 있는데, 내 생각에 그것은 미국의 낭만적 비전이 끝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큰 비극적 사건이 있더라도 항상 끝은 해피엔딩이었다" 면서 "위기 때마다 우리는 항상 링컨, FDR(프랭클린 D. 루스벨트 전 대통령)과 같은 지도자를 찾아냈고 스스로에 필요한 도덕적 용기를 얻었다고 말해왔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것은 '미국의 예외'라고 부를만한 특별한 것이다. 다른 나라들은 그런 류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지금 상황은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는다"며 트럼프의 당선에 불만감을 표출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어 "포기하는 것은 선택지가 아니다. 세계는 품위 있고 민주적인 미국을 원하고 있는데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 길을 잃기 때문"이라며 미국이 계속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그는 "아직 이 나라에는, 내가 짐작했던 정도로 압도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품위가 여전히 많이 있다" 며 "지금은 분명 다시 생각할(rethink) 때이지 (트럼프에) 굴복할(surrender) 때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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