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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대한민국 갑질 리포트] "비정규직은 구내식당 오지마" 노조는 매몰찼다

입력 2016-10-12 18:32:42 | 수정 2016-10-13 10:23:28 | 지면정보 2016-10-13 A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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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일탈로 얼룩진 노조 간부의 갑질
乙인줄 알았던 노조의 '둔甲술'

"생산직 채용은 노조와 협의" 악용…뒷돈 수천만원 받고 '채용 장사'
조합비 3억 횡령, 도박으로 탕진…동료 부의금 빼돌린 노조위원장도

"새 공장장 오면 군기잡겠다"…'책상밟기'로 업무 방해 갑질
비정규직 통근버스 타지 마라 등 정규직 노조가 차별 조장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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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사내 협력업체 직원인 A씨는 한국GM의 정규직원이 되는 게 소원이다. 비슷한 일을 하면서 자신보다 훨씬 나은 대우를 받는 한국GM 직원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그러던 그에게 아는 사람이 넌지시 방법을 알려줬다. “노조 간부에 8000만원을 주면 된다”는 것이었다. 일부 노조 간부가 이른바 ‘채용장사’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그랬다. 인천지방법원은 지난달 30일 채용장사를 한 혐의로 한국GM의 전·현직 노조 간부 두 명에게 각각 징역 1년2개월과 6개월을 선고했다.

노조는 을(乙)의 대변자다. 힘없는 근로자의 권익을 위해 싸운다. 최근엔 반드시 그런 건 아니다. 일부 기업 노조 간부의 일탈행동이 불거지고 있다. 노조가 회사나 조합원, 비정규직 직원 등에게 갑질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장장 오면 ‘책상밟기’ 하는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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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전·현직 노조 간부가 채용장사를 할 수 있던 것은 생산 정규직을 뽑을 때 노조가 관여하게 돼 있는 구조 때문이다. 한국GM은 사측이 사무직 공개채용을 담당한다. 생산직 채용 땐 다르다. 반드시 노조와 협의해야 한다. 여기서 입김이 작용한다. 노조가 맘만 먹으면 특정인을 뽑을 수 있다. 특히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때는 노조의 입김이 절대적이라고 한다. 한 직원은 “그동안 ‘노조 간부의 자녀나 친인척, 지인이 주로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노조 간부에게 돈을 내야 정규직이 될 수 있다’ 등 소문이 많았다”며 “회사의 갑질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한다는 노조가 오히려 직원을 상대로 갑질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일러스트=전희성 기자 lenny@hankyung.com기사 이미지 보기

일러스트=전희성 기자 lenny@hankyung.com

한 대기업의 생산공장에는 이상한 ‘전통’이 있다. 새 공장장이 올 때마다 일부 노조원이 공장장의 집기를 훼손하는 것이다. 노조원들은 이를 ‘책상밟기’라고 부른다. 새 공장장의 기를 꺾기 위한 행동이다.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중이거나 노사 갈등이 발생한 시점이 아닌데도 책상밟기는 전통이라는 명분으로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일부 공장장은 책상밟기를 당한 뒤 충격을 받아 한동안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기도 했다. 한 직원은 “노사 갈등이 발생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건설현장에서는 타워크레인 노조의 일부 노조원이 자신들을 채용하지 않는 공사장의 공사를 방해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장 작업에 채용되지 않은 노조원들이 카메라를 들고 공사장을 다니면서 이런저런 트집을 잡는다”며 “항의하면 10만~30만원 정도의 뒷돈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한 타워크레인 노조 간부는 회사의 크레인 기사 채용에 개입한 뒤 4400만원을 받았다가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공금 횡령해 도박… 동료 부의금도 빼돌려

한국수력원자력 노조 간부는 각종 증명서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85차례에 걸쳐 조합비 3억2000만원을 횡령했다가 들통났다. 이 간부는 횡령한 자금을 도박하는 데 사용했다. 노조 자체 회계감사 때 횡령 사실을 숨기기 위해 조합 계좌의 예금잔액증명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결국 이 노조 간부는 구속됐고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공기업 노조 간부로 일하면서 거액을 횡령했고 이를 감추기 위해 문서를 위조하는 등 죄질이 나쁘다”고 지적했다.

전북 지역의 한 택시회사 노조 위원장은 동료 아버지 부의금을 빼돌리는 등 13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노조 위원장은 동료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부의금을 지출한 것처럼 회계 처리하고 20만원을 빼돌렸다. 검찰 조사 결과 그는 택시연료용 가스충전소에서 받은 판매장려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전국택시산업노조에 내기 위해 노조가 보관하고 있던 돈까지 챙겼다.

한 관계자는 “노조의 회계감사가 투명하지 않다 보니 이를 횡령하는 사건이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乙이 丙에게 ‘甲질’하는 일도 잦아

정규직 노조원이 비정규직 직원에게 갑질을 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대기업 노조가 비정규직 직원에게 정규직 직원이 이용하는 구내식당을 쓰지 말라고 요구하는 일은 여러 사업장에서 나타난다. 일부 사업장 노조는 비정규직이 통근버스를 타면 제지하기도 한다.

한 대기업에서는 정규직 노조원이 나눠주는 소식지를 받지 않은 비정규직에게 출입증을 반납하라고 요구한 일도 벌어졌다. 이 비정규직 직원은 출근길에 공장 정문에서 정규직 노조원이 건넨 소식지를 받지 않았다. 며칠 뒤 이 직원은 노조 사무실로 오라는 통보를 받았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노조 간부 몇 명은 “왜 소식지를 받지 않느냐. 그렇게 하려면 출입증을 반납하라”고 압박했다. 이 직원은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인 다음에야 노조 사무실을 나올 수 있었다.

노조 간부가 사내식당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왜 밥을 이렇게 적게 준비했느냐”고 식판과 식당 집기를 던지며 난동을 부린 사건도 최근 발생했다. 식당 근로자들이 전면파업 일정을 감안해 평소보다 음식을 적게 마련하자 노조 간부가 이들을 찾아가 욕설을 하고 집기를 던진 것이다. 이 노조 간부는 회사의 비정규직 노조 지회원들이 나서서 문제를 제기한 다음에야 사과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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