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 1주일 사이에 두 차례 큰 지진과 잇단 여진이 발생하면서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우선은 부상으로 입원해 있거나 임시 거처에 머물고 있는 이들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피해 문화재나 건물에 대한 정밀 조사와 복구도 요구된다.

지진은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대비는 형편없이 부족하다. 국내 건축물 10곳 중 7곳이 지진에 무방비 상태라고 한다. 내진 설계가 도입된 1988년 이전 건물들이 특히 취약하다. 게다가 국내 활성단층에 대한 정밀조사는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다고 한다. 언제 어디서 지진이 생길지, 알지도 못하고 발생 시 대책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체계적 조사나 대책을 세우려는 움직임보다는 호들갑을 떨며 공포와 불안을 부추기는 행태가 더 많이 눈에 띈다. 일부 언론부터 그렇다. 이들은 ‘트라우마’ ‘악몽’ ‘생존’과 같은 선정적 단어를 동원, 앞장서 혼란을 조장하고 있다. 정치인도 문제다. 차분한 대책 마련보다는 피해 지역을 오가는 발걸음만 분주하다. 지진 관련 법을 현실에 맞게 어떻게 개정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논의하겠다는 정당이나 국회의원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여야 수뇌부가 일제히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현지를 방문해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약속하는 등 정치적 행보에만 매달리고 있다.

정부는 결국 어제 경주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키로 했다. 정부가 복구비를 지원하고 각종 세금과 공공요금이 감면된다. 재난안전법 60조는 피해액이 일정 규모를 넘고 ‘국가 안녕 및 사회질서 유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특별조치가 필요한 경우’ 등에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정하고 있다. 현 상태가 정말 ‘국가안녕이나 사회질서’가 거론될 만큼 심각한가. 더 큰 문제는 지진이 잠잠해지면 관심도 금세 사그라들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언제까지 대책은 없고 돈 퍼줄 궁리만 하는 일이 반복돼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