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 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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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Practice
스마트폰 오포·비보
BBK그룹


“‘브릭&모타르(brick and mortar)’ 점포 시대가 부활했다.”

올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발표된 지난달 세계 주요 언론은 이렇게 표현했다. 미국 애플, 한국의 삼성전자, 중국의 화웨이와 샤오미 등 그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주름잡던 기업을 제치고 이름도 생소한 ‘오포(Oppo)’ ‘비보(Vivo)’란 기업이 선두권에 올랐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는 화웨이가 차지했다. 점유율 20.8%로 오포(12.7%)와 비보(10.6%)를 앞섰다. 하지만 오포와 비보가 중국 정보기술(IT)·유통 전문기업 BBK그룹(步步高·부부가오) 자회사인 ‘형제기업’이란 점을 감안하면 두 회사를 합한 점유율(23.3%)은 화웨이를 제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BIZ Success Story] 중국 스마트폰 시장 흔든 '무서운 형제' 오포·비보
가장 최근 기록인 6월 한 달간 판매량만 놓고 보면 오포가 22.9%를 차지해 화웨이(17.4%)를 밀어내고 1위로 올라섰다. 이어 비보(12%)가 3위, 애플(9%) 4위, 삼성전자(6.8%)와 샤오미(6.8%)가 공동 5위다. 세계 시장에서도 오포와 비보는 합산 점유율 10.8%로, 삼성전자(21.4%)와 애플(11.2%)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급

부상한 오포와 비보의 성공비결을 분석하며 “전통적 소매 판매(brick and mortar) 방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DVD·MP3 제조업체로 시작

두 회사의 성장 원동력은 음향(音響) 기술에 있다. 기존 중국 업체들은 삼성, 애플 등의 기술을 베끼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두 회사는 음향 기술에서 만큼은 삼성, 애플을 위협할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광둥성에 본사를 둔 오디오·비디오 전문업체 BBK가 두 회사의 뿌리다.

BBK 창업자는 중국 저장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돤융핑(段永平) 회장(55)이다. 장시(江西)성 난창 출신인 그는 1989년부터 6년간 학습용 컴퓨터 생산업체 샤오바왕에서 최고경영자(CEO)로 일하며 억만장자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돤 회장은 1995년 BBK그룹을 창업했다. BBK는 DVD플레이어, MP3플레이어 등을 만드는 IT사업부와 마트, 백화점, 쇼핑몰 등 유통사업부를 두 축으로 성장가도를 달렸다.

BBK는 2001년 해외 시장을 겨냥한 MP3 브랜드 오포를 내놨다. 이후 2004년 창업 멤버 중 한 명인 토니 첸(陳明永)에게 오포사업 부문을 맡겨 별도 회사로 독립시켰다. 오포는 2008년 첫 번째 휴대폰을 출시했으며 2011년부터 스마트폰을 만들고 있다. 비보는 모(母)기업 BBK가 직접 만드는 스마트폰 브랜드다. 오포가 50만~60만원대 중저가 제품을 주로 내놓는 데 비해 비보는 80만원 안팎의 프리미엄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돤 회장은 비보와 오포가 경쟁을 하면서도 차별화된 시장을 공략하자는 취지에서 브랜드 이원화 전략을 펼쳤다.

전통적인 판매 방식 고수

[BIZ Success Story] 중국 스마트폰 시장 흔든 '무서운 형제' 오포·비보
스마트폰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오포와 비보의 성공 비결로 전문가들은 판매 방식을 꼽는다. 두 회사는 온라인 대신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는 전통적인 판매 방식을 고수해 제품 신뢰도를 높였다. 최근 중국에서는 오포와 비보의 스마트폰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 ‘5분 충전으로 두 시간 쓸 수 있다’는 오포의 캐치프레이즈는 도시 전체를 뒤덮고 있을 정도다. 두 회사는 길거리 광고판이나 버스 정류장, TV와 소셜미디어에서 광고 공세를 펼치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흔치 않은 방법이다.

류 류마 오포 기술기획 부장은 “통신사나 온라인을 통한 판매에 주력한 경쟁 회사와 달리 오프라인 소매점을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며 “우리 전략은 상대방 포석에 관계없이 먼저 자기 진영을 튼튼히 구축하는 바둑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오포의 오프라인 매장은 중국에 20만개가 있다.

오포와 비보는 또 판매점에 독점권을 주는 방식으로 채널을 늘렸다. 본사가 판매점 영업을 적극 지원하는 프랜차이즈 모델과 비슷한 형태로 스마트폰 판매점을 확보했다. WSJ는 “오프라인 쇼핑에 익숙한 작은 도시에서 사업을 시작한 것이 이런 전략을 펼치게 된 계기”라고 분석했다.

화웨이와 샤오미도 오포와 비보를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 양사 모두 고객 접점을 늘리는 소매점을 더 확보할 계획이다. 샤오미는 ‘메이드 인 차이나 스마트폰’이라는 슬로건으로 대대적 광고 캠페인도 시작했다.

광고 모델로 ‘한류 스타’ 내세워

오포와 비보는 타깃층을 세분화해 소비자 충성도를 높여 갔다. 비보는 20~40대 남성층, 오포는 학생층과 20~30대 여성을 주 고객층으로 각각 설정하고 여기에 맞는 제품을 전략적으로 출시했다. 스타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오포는 2009년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를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 비보는 지난 7월부터 한류 스타 송중기를 모델로 내세워 신제품 ‘엑스플레이5’를 광고하고 있다. 할리우드 스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를 모델로 기용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소비자들은 또래나 주변 사람들이 많이 쓰는 제품을 따라서 쓰는 경향이 있다”며 “두 회사는 대대적인 스타 마케팅을 활용해 자사 제품이 많은 사람이 쓰는 브랜드라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설명했다.

제품 차별화 전략도 주효

[BIZ Success Story] 중국 스마트폰 시장 흔든 '무서운 형제' 오포·비보
두 회사는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스마트폰을 잇따라 선보였다. 오포는 2012년 당시 세계에서 처음으로 500만화소 전면 카메라를 탑재한 스마트폰 ‘유라이크(Ulike)2’를 내놨다. 2014년엔 세계에서 가장 얇은 스마트폰 ‘R5’를 출시했다. 본체 두께가 4.85㎜에 불과했다. 지난 3월 내놓은 ‘R9’은 전면에 1600만화소 카메라, 후면에 1300만화소 카메라를 탑재했다. 전면보다 후면 카메라 성능이 좋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이 스마트폰은 출시되자마자 하루에 18만대씩 팔리며 인기를 끌었다.

비보는 ‘음악 전문 스마트폰’으로 자리매김했다. 오디오 전문기업인 모회사 BBK의 노하우를 활용한 전략이다. 브랜드 로고에 ‘Hi-Fi & Smart’라는 메시지가 명시돼 있다. 스마트폰과 함께 제공하는 이어폰도 젠하이저 등 오디오 전문 브랜드 이어폰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비보는 올해 세계 최초로 6기가바이트(GB) 램을 탑재한 스마트폰 ‘엑스플레이5’를 선보였다. 2013년엔 세계 최초로 쿼드고화질(QHD)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는 “오포와 비보가 삼성전자와 애플 영역인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고 전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