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철강, 석탄 등 대표적 공급과잉산업의 구조조정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 특별 감찰조를 투입하기로 했다. 대규모 구조조정 전문펀드도 조성했다. 일부 지방정부의 복지부동(伏地不動)으로 이들 산업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경제성장세 둔화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중앙정부가 기업 구조조정 작업에 가속도를 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감찰반까지 투입…중국, 구조조정 사활 걸었다
◆10개 감찰조, 다음달부터 활동

22일 제일재경일보에 따르면 중국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지난 19일 각 지방정부의 기업 구조조정 작업 상황을 점검할 특별 감찰조를 편성, 운영하기로 했다. 총 10개조로 구성되는 특별 감찰조는 다음달 초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중국 정부가 올해 목표로 설정한 철강·석탄산업의 생산능력 감축 목표치를 각 지방정부와 해당 국유기업이 얼마나 잘 이행하는지 감찰한다. 기업 낙후시설 폐쇄 및 위법시설 정리 현황 △인력 재배치 현황 △구조조정 관련 정보공개 현황 등을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지난 2월 중국 정부는 철강업계에 올 해 말까지 4500만t의 생산능력을 감축해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달 말 현재 목표 달성률은 47%에 그쳤다. 같은 기간 석탄업계는 2억5000만t을 감축하기로 했지만 목표 달성률이 38%에 불과했다.

이처럼 실적이 부진한 것은 지역경기 악화와 실업자 발생 등을 우려한 일부 지방정부가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기업에도 자금 지원을 지속해온 탓이 크다고 중국 정부는 판단했다. 이달 18일에는 2000억위안(약 33조5000억원) 규모의 구조조정용 벤처캐피털펀드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이 펀드는 국유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필요한 각종 자금을 지원할 전망이다.

◆“더 이상 구조조정 미룰 수 없다”

중국에선 지방정부의 반발로 각종 경제개혁 작업이 지연되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중앙정부가 특정 정책의 진행 현황을 점검하는 특별 감찰조를 투입하는 것은 흔치 않다. 중국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방증이다.

중국 정부는 작년 12월 열린 중앙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기업 구조조정을 골자로 하는 공급 측 개혁을 올해 핵심 정책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급과잉→제조업 경기 둔화→기업 수익성 악화→기업부채 증가’라는 연쇄 고리를 끊지 않고선 경제성장세 둔화를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철강산업에선 중국내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한다는 전략에서 밀어내기 수출을 늘려왔다. 자국 동종 업계 피해에 직면한 미국, 유럽연합(EU) 정부가 강력 반발하는 등 국제 통상분쟁으로 치달았다.

이문형 산업연구원 베이징사무소장은 “올 들어 미국 EU 등이 중국산에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 철강산업은 수출로 돌파구를 마련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일시적인 경제성장세 둔화를 감내하더라도 공급과잉산업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겠다는 것이 중국 지도부의 인식”이라고 분석했다.

중앙정부가 구조조정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하자 일부 지방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톈진시는 시정부 산하 국유기업 보하이강철의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할 구조조정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하이강철은 지난 3월 11억위안(약 1920억원) 규모의 채무를 갚지 못해 디폴트를 선언한 뒤 자율 구조조정을 해왔다. 채권단 간 합의 도출이 난항을 겪으면서 구조조정은 지지부진했다. 중국 경제주간지 차이신은 “중앙정부가 국유기업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추진하라고 압박하자 톈진시가 구조조정에 직접 개입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 같다”고 보도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