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데이터 등 공간정보는 내비게이션, 자율주행차, 증강현실 게임 등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로 통한다. 하지만 지금 국내에서는 공간정보의 활용을 고민하는 게 아니라 지도 데이터의 국외반출 문제로 시끄럽다. 구글이 지도 데이터를 요청한 데 대해 정치권과 업계 일부에서 이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구글의 요청이 아니더라도 한국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려면 어차피 지도 데이터 개방은 불가피하다. 그런데도 온갖 토를 달며 반출 불가만 외치고 있으니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반대하는 이유에 설득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어제 국회에서 열린 ‘공간정보 국외반출 정책 토론회’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게 안보에 위해가 된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전국을 누비며 손으로 지도를 그리던 시절이 아니다. 우주에서 모든 공간을 훤히 다 들여다보는 시대에 무슨 안보가 위협받는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구글이 무슨 특별한 데이터를 요청하는 것도 아니다. 보안성에 문제가 없음이 확인돼 네이버 다음 등이 사용하고 있는 동일한 수준의 지도 데이터를 사용하게 해 달라는 것이다. 일각에서 해외에서 지도 데이터와 구글 위성사진이 결합하면 안보가 위협받는다고 하지만 그것은 굳이 구글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세상이다.

다른 반대 논리도 궁색하긴 마찬가지다. 일각에선 구글의 세금 이슈를 거론하지만 이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국내 포털에서 제기하는, 해외에 서버를 둔 사업자와의 역차별도 그렇다. 역차별이 있다면 국내에 서버를 둔 사업자에 대한 규제완화 등을 통해 해소해야지, 디지털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에 특정 장소에 서버를 둬라, 마라 규제하는 것 자체가 궁색한 요구사항일 뿐이다.

심지어 국내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개방을 미루어야 한다는 주장도 등장한다. 그러나 문을 닫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사례가 있다면 어디 한번 말해보라. 보호를 외치는 순간 산업 자체가 도태할 게 뻔하다. 공간정보 서비스는 이미 국경을 넘는 혁신으로 질주하고 있다. 개방과 경쟁을 외면하고 ‘갈라파고스’적 규제로 시간을 허비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