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치러질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투표를 앞두고 영국 여론이 갈수록 브렉시트 지지 쪽으로 기울고 있다 한다. 세계 금융시장도 동요하고 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제안했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투표일이 다가오자 EU에 잔류해야 한다며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어제는 브렉시트가 노인 연금에 직접 영향을 끼친다며 고령층 설득에 나섰다. 노동당과도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영국 정부의 홍보 노력에도 불구하고 영국 여론이 쉽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EU 체제에 대한 회의론과 뿌리 깊은 반감이 영국인들의 마음속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국가 간 협력을 뛰어넘어 단일시장을 향한 공동체를 만들자는 취지로 출발한 게 EU다. 하지만 그 이념은 이상적이었는지 몰라도 운영은 결코 자유롭지 못했다. EU는 관료주의에 물들어갔고 회원국들을 과도한 규제로 옭아맸다.

EU는 EU의회가 작성한 지침서를 각 회원국에서 국내법으로 만들도록 했다. 현재 EU 회원국들은 입법의 80%를 브뤼셀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다. 노동규제와 제품안전 기준 등 EU의 제도들은 세세하고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영국은 의회민주주의를 꽃피운 국가다. 국민이 직접 선거로 뽑은 사람들이 제도를 만들지 못하고 다른 국가 정치인들이 이를 대신한다면 이것은 민주주의의 근원을 흔드는 일로 여긴다. 이점에 영국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

더구나 행정규제가 강화되면서 시장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될 리도 없다. 이 같은 모순은 1990년대 후반부터 노동생산성 부문에서 EU가 미국보다 열악해지는 원인을 제공했다. 마이클 고브 영국 법무장관은 EU의 규제가 대규모 실업만 초래했으며 이민정책은 인신매매범과 난민들을 국경으로 불러들였다고 지적하고 있다. 물론 EU 잔류론자들은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탈퇴 충격을 걱정하기도 한다. EU 각국 수출에 무관세 혜택이 없어지면 그만큼 경쟁력도 사라진다. 영국은 경쟁이나 자율을 중시하는 가치관을 고수하고 있다. 영국인들의 불만은 이런 갈등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