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어제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1.25%로 0.25%포인트 내렸다. 기준금리 인하는 지난해 6월 이후 1년 만으로 사상 최저치다. 동결 전망이 많았던 것을 감안하면 의외라는 반응도 있다. 시장에서는 대체로 조선·해운산업 등의 구조조정이 가뜩이나 부진한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한은의 선제 대응으로 보는 듯하다.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하방 리스크가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이주열 총재의 말도 이를 뒷받침한다.

금리 인하의 배경으로 최근 환율 움직임에 특히 주목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이달 초 달러당 1193원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은 연일 급락세를 이어가며 어제는 달러당 1156원까지 떨어졌다. 1주일 사이에 무려 3.1%나 폭락한 것이다. 5월 고용지표 악화로 이달 중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낮아진 탓도 있지만 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의 방한이 직접적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루 장관은 지난주 이주열 총재를 비공식 방문한 자리에서 달러 강세(원화 약세) 문제를 본격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 장관은 이어진 미·중 전략대화에서도 중국에 비슷한 얘기를 했다. 이후 외환시장에서는 급격한 원화 강세가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수출이 역대 최장기인 17개월째 감소하고 있는 와중에 원화 강세마저 가파르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준금리 인하는 지나친 원화 강세에 대한 대응이라는 측면도 있다. 금리 인하는 분명 통화 약세 요인이다. 어제 이주열 총재가 “글로벌 교역 부진의 정도가 생각한 것보다 크다”고 한 것도 지속적인 수출 감소와 원화 강세를 의식한 발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한은의 금리인하가 조용한 가운데 충분한 효과를 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