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반대로 장승화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 위원(서울대 교수)의 연임이 어려워졌다는 보도다. 2012년 선출된 장 위원은 지난달 31일 4년 임기를 마친 상태다. 연임하려면 모든 WTO 분쟁해결기구(DSB) 회원국의 동의가 필요한데, 미국이 한 차례 연임이라는 관례를 깨고 반대한 것이다. 나머지 현직 위원 6명과 전직 위원 전원(13명)이 미국의 행동에 우려를 나타내는 서한과 성명서를 각각 WTO DSB에 전달했지만 미국은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미국의 연임 반대 논리는 궁색하다. DSB의 최근 판결을 문제 삼고 있다. “판결문이 지나치게 학술적이고 판결의 근거가 지엽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장 위원이 최근 세 건의 분쟁에서 미국에 불리한 판결을 내린 것에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국산 세탁기 반덤핑 2심을 앞두고 미국 측에 불리한 결과가 나오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판결 결과에 따라 미국의 반덤핑 관세제도가 단번에 무너질 수도 있을 만큼 파급력이 큰 것이어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초강수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올 연말로 다가온 중국의 시장경제국 지위 인정을 둘러싼 분쟁에 대비하기 위해 아시아 몫으로 추천된 장 위원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분명한 것은 미국에서 보호무역주의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국 이익을 위해서는 국제적 비난쯤이야 감수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부터가 그렇다. 트럼프 후보가 한국 등의 대미(對美) 무역흑자 규모를 자주 문제 삼는 것은 유권자들의 속마음을 읽은 결과일 것이다. 단순히 국제기구 위원 한 사람의 연임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더 노골적이고 전방위적인 통상압박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세심하고도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