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공장 가동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1.0%로 2009년 3월(69.9%) 이후 7년여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재고가 2.3% 감소(전월 대비)한 것을 감안하면 기업들이 경기 부진으로 공장을 돌려 새로 제품을 생산하기보다 재고품을 팔고 있다는 얘기다. 진행 중인 조선·해양 구조조정 여파는 반영되지 않았는데도 이 정도다.

더욱 심각한 것은 기업 투자까지 계속 줄고 있다는 점이다. 설비투자는 지난 4월에도 전년 동월 대비 2.7% 감소했다. 올 들어 4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그래도 지난해엔 투자가 연간 기준 6.3% 증가했지만 올 들어선 뚜렷하게 감소세로 반전하고 있다. 향후에도 경기가 좋아지지 않을 것이란 기업들의 인식을 보여준다. 기업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경기는 서늘하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제조업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5월에도 전월과 같은 71을 기록했다. 2003년 이후 장기 평균치인 80에 한참 못 미친다. 6월 전망 BSI도 5월과 비슷하다. 여기에 수출액은 5월에도 6.0% 감소해 17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경기 침체의 골이 예상보다 깊을 것이란 관측이 잇따른다.

대기업 제조업체들의 매출이 지난해에도 마이너스였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성장동력이 꺼져 가면서 공장이 멈춰 서고 있다. 그렇지만 어디를 봐도 나아질 기미가 없다. 당장 발등의 불인 구조조정은 기껏 채무 재조정에만 급급해 언제 어떻게 마무리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드론 같은 신산업은 미국을 따라가기는커녕 중국에도 밀려 버렸다. 게다가 의료 등 서비스산업은 관련법안이 국회를 못 넘어 한 발도 못 나가고, 인터넷은행 역시 법안 하나 처리 못 해 표류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말로는 경제가 위기라면서도 제조업을 폄하할 뿐, 판에 박힌 법인세 증세를 외치고 심지어 기업들이 청년을 의무고용하지 않으면 벌을 주겠다며 위협만 하고 있다. 사방이 막혔는데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성장과 일자리가 어디에서 나올 수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