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사진에 담은 '희망의 하모니'
“하나, 둘, 셋!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지난 28일 서울 퇴계로 충무아트홀 연습장은 함성으로 시끌벅적했다. 새해 첫 지면에 들어갈 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사진을 찍는 자리였다.

“자, 다시 한 번 찍어 봅시다. 희망이 가득 찬 표정으로! 연주자들은 얼굴로도 마음을 전달할 줄 알아야 해요.” 금난새 음악감독은 직접 단원들의 동작을 주문하며 사진 촬영을 지휘해 나갔다. 몇몇 연주자들은 악기를 거꾸로 들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렇게 찍은 사진은 한국경제신문 2016년 1월1일자 1면에 게재됐다. 한국 신문 역사상 오케스트라단원들 사진을 새해 첫날 1면에 실은 것은 처음이다. 신문들은 매년 1월1일자 1면에 새해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사진을 올린다. 과거에는 산이나 바다에서 바라본 일출 사진이 유행했다. 요즘에는 각 신문사의 기획에 맞춘 사진을 쓰는 분위기다. 한경이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의 모습으로 독자들에게 새해 인사를 한 것은 ‘경제와 문화의 가교’ 역할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뜻을 반영한 것이다. 늘 새로운 발상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한경필은 창단 때부터 화제였다. 신문사가 오케스트라를 창단한 것은 처음이었다. 국공립 오케스트라가 주도하던 클래식 음악계에 민간 주도의 새로운 오케스트라 창단은 신선한 활력이었다. 그래서 세계 각국에서 공부한 최고의 인재들이 몰려들었다. 혁신적 공연방식으로 최고 자리에 오른 지휘자 금난새 씨가 음악감독을 맡았다. 한경과 지휘자 금난새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음악계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한경필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연주를 들어본 관객들은 “젊은 연주자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멋진 연주였다”, “짧은 기간에 이런 수준의 연주를 들려주다니 기대 이상이었다”며 찬사를 보냈다. 금난새 음악감독의 파격적일 정도로 친절하고 유쾌한 해설도 화제였다. 한 관객은 “지휘자가 이렇게 자세하고 재미있게 해설해준 것은 처음”이라며 “앞으로도 한경필 공연을 계속 보고 싶다”고 말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