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대륙의 ‘좌파벨트’가 속속 무너지고 있다. 이번엔 베네수엘라다. 엊그제 총선에서 집권당인 좌파 통합사회주의당(PSUV)을 제치고 야권연대인 민주연합회의가 개헌도 가능한 전체 3분의 2 의석보다 한 석 더 많은 압승을 거뒀다. 지난달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기업인 출신인 마크리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이 당선된 데 이어 좌파 정권이 또 국민의 냉정한 심판을 받은 것이다. 브라질에서는 경제파탄과 부패혐의로 좌파인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 절차가 진행 중이다.

남미 좌파의 원조격인 차베스 포퓰리즘이 16년 만에 심판을 받은 이유는 명확하다. 살인적인 인플레, 만성적인 생필품 부족, 국가재정의 고갈로 경제가 파탄난 것이다. 1999년 집권한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은 석유 수출을 통한 ‘오일 머니’로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 무차별 복지에 주력해 왔다. 자극적인 반미 구호와 함께 생산시설에 대한 국유화도 단행했다. 하지만 수출의 95%를 차지하는 원유가격이 급락하면서 경제는 급속도로 악화했다. 과도한 복지에다 오일 머니에 젖어 제조업도, 서비스업도 기반이 무너져버렸다. UN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하루 한 끼도 못 먹는 극빈자가 11.3%로 정부 발표치 5%의 2배가 넘을 지경이다.

유가하락으로 ‘한방’에 나가떨어진 차베스 포퓰리즘의 그늘은 무서울 정도로 어둡다. 이 나라 중앙은행은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68.5%라고 발표한 뒤 아예 집계 자체를 포기했다. 올해는 159%에 달할 것이라는 게 IMF 추정치다. 성장률이 -10%로 나라살림이 거덜나자 나라 전체가 치안부재의 피폐한 사회로 전락했다. 살인사건 사망률이 10만명당 53.6명으로 온두라스에 이어 세계 2위(2012년)다.

베네수엘라 국민은 뒤늦게 건전한 성장과 일자리의 중요성에 눈을 떴다. 돈이 떨어지면 포퓰리즘도 끝나게 마련이지만 그 후유증은 너무나 크다. 남미 좌파벨트의 몰락에서 배워야 한다. 무차별 포퓰리즘의 대가가 너무나 무섭고 잔혹하다. 남미는 그나마 농업도 있고 자원도 있다. 한국은 최악의 상황을 견딜 버팀목조차 없다.